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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 Mash up

시간과 기계 그리고 공간과 인간 - 21

by Azzurro 2018. 7. 6.

파도는 자신이 바다의 일부임일 깨닫는 순간

파도는 파도가 아니게 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세상의 만물과

공간적으로 끊임없이 연결된

그물의 한 매듭임을 깨닫는 순간

자아는 사라진다.

더불어 집착과 탐욕도 함께 사라진다.


*비빔 박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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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존재를 3차원 공간과 시간에서 인식한다. 이때 마치 당연한 것처럼 시간축은 공간축과는 독립된 것으로 취급되는데, 갑자기 동물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하면 이상한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역학적 닮음처럼 ‘닮음’ 개념을 도입하면 시간과 공간은 분명히 어떤 관계를 갖게 된다. 따라서 그다지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닮음’에 대해 한마디 덧붙여둘 게 있다. 인간은 닮음이라는 성질에 기대지 않고는 자연을 이해할 수 없는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자연과학은 자연 속에서 패턴(닮은꼴)을 찾아내는 작업은 아닐까?

만일 그런 거라면 시간과 공간은 언제나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보는 것이 훨씬 실제적이다.

동물을 잘 이해하려면 시간, 공간, 힘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은 시각 주도형 생물이다.

공간 인식은 발달되어 있어 크기가 다른 생물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시간 감각은
잘 발달해 있지 않다. 자기의 시간조차 시계를 봐야 겨우 알 정도이다.

사람은 거의 눈에 의지하여 살고 있고, 눈을 통하여 주변 세계를 머릿속에서 재구성한다.

감각이 도달하지 않는 사상(事象)들에 대해서는, 가령 외부세계에 존재하고 있어도, 사람의 머릿속 세계에는 그런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사람에게도 시간 감각이 어느 정도는 있다. 머릿속에서 재구성된 세계에는 시간축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람의 시간 감각은 외부의 시간을 민감하게 알아차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 때문에 대개 머릿속의 시간축은 자기에게만 고유할 뿐이다.

사람은 시간에 관해서는 외부에 대해 갇힌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시간이 절대 불변이라고 믿는 것이리라. 사람이 시간 감각이 훨씬 잘 발달한 생물이었다면 대상에 따라 각각의 시간축을 설정할 수 있고, 세계를 훨씬 다른 ‘눈’으로 ‘보았을’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관계식도 쉽게 ‘발견’해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게 시간 감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부족한 부분은 ‘상상력’으로 보충하고, 다양한 생물의 시간축을 머릿속에서 그려가면서 다른 생물과 조화해가는 것이 지구를 지배해 온 사람의 책임이 아닐까?

*모토카와 다쓰오,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