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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alks

60평의 닫힌 집 보다 60000평의 열린 들판으로~

by Ganze 2011. 9. 19.

상담 중에 만난 어느 의사는 넓은 집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다.

60평형대에 사는 그는 관리비만 매월 100여 만 원을 부담하고,

겨울철에는 거기에 20~30만 원이 더 든다고 했다.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집 한 채에 고정 관리비만 매달 100만 원

이상을 지불하는 것이 아깝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 돈이라면

5년만 모아도 노후자금의 상당 부분이 해결된다. 그는 부인에게

쓰지 않는 방은 겨울철에 보일러를 잠궈두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부인에게서는 "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아야 하느냐 "는 답이

돌아왔다. 잘 이용하지도 않는 공간을 위해 자신의 병원 간호사

월급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상담 중에 털어놓았다. 한때 집에 가사도우미가 있었지만

부인과의 갈등 때문에 사람이 계속 바뀌었고, 나중에 병원 수입이

줄면서 도우미 고용도 그만두었다.

의사의 한 달 소득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넓은 집을 소유하는 것에

따르는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관리비 100만 원, 주택 담보 대출 이자 400만 원, 가사 도우미 비용

200만 원. 재산세로만 연간 500만 원. 결국 집 한채에다 월 750여만 원,

연간 9000만 원을 쓰는 셈이다. 상담 중 의사는 이런 말을 했다.

"가끔씩 내가 돈 버는 기계 같아요. 의사들끼리 모이면 이것저것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돈 때문에 하루도 아프면 안되는 운명이란

이야기까지 하죠. 소득이 많다는 것은 감사할 일인데 그만큼 빠져

나갈 돈이 많으니까 하루만 쉬어도 구멍이 생겨 뭔가를 연체해야

하니까요. 우리는 아플 자유도 없는 고소득자예요.

이런 이야기를 남들이 들으면 또 배부른 소리 한다고 야단이겠죠.

무엇 때문에 돈을 버는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에요."

앞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많은 부자들은 자기 소유물의 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배부른 투정처럼 들리는 그 의사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 의사가 바로 자신이 소유한 것을 유지 관리

하느라 아플 자유도 잃어버린 채 허덕거리며 사는 '관리인'의

한 명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윤경, '돈에 밝은 아이' 중에서)

돈에 밝은 아이
국내도서>가정과 생활
저자 : 제윤경
출판 : 한겨레출판 201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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