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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alks

Blade running 블레이드 러닝 (긍정과 부정 사이를 달려라)

by Ganze 2011. 9. 28.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재정 위기로 인해 전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요동치는 주가와 더불어 가계 부채 1000조의 압박
그리고 전세난과 물가 폭등까지 겹쳐 개별 가정의 고통은
끝을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2011년 글로벌 경제의 파국에 대한 원인 분석은 다양하다.
2000년 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와 경기 호황이
가져다 준 경제 성장은 수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장밋빛
미래를 꿈꾸도록 만들었다.
글로벌 경제를 리드하는 미국의 경제는 새로운 고점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경제 논평도 낙관적 전문가들이 주도했다.
경제 전문가들의 권고대로 사람들은 집을 담보로
‘현금 인출기’마냥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함에
따라 집값은 끝을 모르고 올랐다.
모두들 부동산 불패 신화를 도그마처럼 떠받들었다.




2000년대를 강타한 긍정 심리학과 소비주의



이와 같은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미국에는 긍정 심리학이 새로운 학문으로 자리를 잡았다. 원래 자본주의와 긍정적 사고 사이에는 그 어떠한 유사성도 없었다. 막스 베버 (Max Weber)가 쓴 사회학의 고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자본주의가 엄하고 가혹한 칼뱅주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세계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칼뱅주의는 만족은 뒤로 미루고 향락의 유혹에 저항하면서 열심히 일해 부를 쌓으라고 가르쳤다.


초기 자본주의가 긍정적 사고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반면 후기 자본주의, 곧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는 자본주의는 긍정적 사고와 훨씬 궁합이 잘 맞았다. 소비 자본주의는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개인의 욕구와 ‘성장’이라는 기업의 지상 과제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소비자 문화는 더 많은 것 (자동차, 더 넓은 집, 최신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및 갖가지 종류의 신제품)을 원하도록 부추기고, 긍정적 사고는 소비자들에게 ‘당신은 더 많은 것을 가질 자격이 있으며, 그것을 원하고 손에 넣기 위해 노력하면 실제로 가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경쟁 속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성장 이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한 기업이든 경제 전체든 영원한 성장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긍정적 사고는 영원한 성장이 숙명인 것처럼 꾸미거나 그것이 실제로 가능했다고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자신의 저서 “긍정의 배신”에서 설명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밀리언셀러로 명성을 날렸던 책 “시크릿”은 이러한 경제의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에게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새로운 주술적인 용어를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부와 명성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사고를 가지기만 하면 다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비전 보드에 사진을 붙이고 그것을 갖기 위해 정신을 집중만 하면 그 물건이 실제로 내 것이 된다는 아주 황당하고 주술적인 이야기가 주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에게 진리인양 추앙되었으며 모두들 그 말을 진짜 신앙처럼 믿어 버렸다. 오히려 그것을 불신하는 이는 비관적인 사람이며 조직이나 단체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나쁜 사람인양 낙인찍었다.

경제에 파급된 낙관주의와 끌어당김의 법칙은 우리가 왜 그렇게 돈을 펑펑 쓰면서 저축은 하지 않아도 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변명해 주고 합리화 시켰다. 우리가 빚더미에 올라앉아서도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계속 돈을 써 댄 것은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주입된 끌어당김의 법칙과 낙천성과도 관련이 있다. 즉 나는 그 물건을 소비하거나 소유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법칙 덕분이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곳에 돈을 쓰면서도 거리낌 없이 카드빚을 쌓아 가고, 집에 대한 추가 대출을 재설정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대출 이율이 상승하는 변동 금리 대출 계약을 흔쾌히 받아들이게 된 핵심에는 이러한 낙천주의 사고도 큰 몫을 담당했다.

오히려 당장 현금 한 푼 없으며 일하는 직장은 4대 보험은커녕 비정규직에, 계약직인 상황에서도 지출과 소비를 줄여 비상금을 모을 생각보다는 당장의 소비를 위해 가불구조인 신용카드를 추가 발급하며 20%대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을 쓰는 것을 당연시했다. 언론 또한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에 동조하며 경기가 어려워질 때마다 소비를 장려하여 국가 경제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식의 여론몰이를 서슴지 않았다.


긍정적 사고의 어두운 이면



그러나 긍정적 사고와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하면 그렇게 생각만 하고 집중만 한다면 분명히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져야 할 텐데, 사람들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고 악화되었다.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절대 빈곤에 시달렸으며, 가난한 사람의 숫자는 오히려 점점 늘어났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가 다종다양한 이름의 위기에 시달리는 동안 기업은 직원 및 인력 비용에 대한 절감을 위해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해 나갔고 그에 따른 직격탄은 화이트칼라의 중산층에게 떨어졌다. 그들마저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했던 것이다. 21세기 들어 첫 번째 십년 동안 긍정 심리학이 절대적인 추세인 상황에서 벌어진 황당하며 모순된 이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은 오히려 구조 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 강좌 등을 통해 긍정 심리학과 행복을 보장하는 긍정적 사고를 전면에 내세워 사회적인 안전망과 복지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였다. 즉, 병 주고는 처방약 대신 해열제만 준 꼴이다.


행복한 결말을 보장할 수 없는 지나친 낙관



긍정적 사고와 서브 프라임 위기가 관련 있다고 생각한 나쁜 돈의 저자 케빈 필리스와 같은 학자들은 금융 위기를 설명하는 데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속기 쉬운 속성과 낙천성이 주된 이유이며 또한 모든 경제 특히 금융에 대한 열광의 핵심에는 자기기만이라는 전염병도 존재한다고 강조하였다.

‘긍정’이라는 말은 밝고 따뜻한 느낌과 더불어 그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라도 타개하고 앞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동기 부여(get motivated)역할을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이 긍정적인 사고가 위기 상황에서 기회를 만들기 보다는 자칫 상황에 수긍하고 적응하도록 만들며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대신 체제와 환경에 순응하도록 만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사고가 시장 근본주의 하에서 위세를 떨어 결국 시장은 모든 것을 알아서 하기 때문에 금융 기관을 염려하거나 감시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와 합쳐져 집을 잃고 투자한 주식이 깡통이 될 위험이 예측되어도 규제 당국을, 감시 기관을, 기업 평가 기관을 믿고 그들의 말을 절대로 불신하지 않도록 만든다. 실상 지금의 경제 위기, 금융 위기, 재정 위기는 집단적 환상과 열광, 근거 없는 낙관과 긍정이라는 집단 사고의 지적 유행에 빠진 결과다. 또한 경제와 자본주의가 태동한 이래로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던 위기는 실상 이와 같은 긍정과 낙관을 먹고 자랐던 것 또한 진리이다.

위기는 절대로 기회가 아니다. 오히려 예측되는 위험에 대비하여 방어적 비관주의와 비판적인 회의주의가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늘 아이에게 해로운 음식이나 환경을 예측하여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수세적 방어 자세를 취하듯 금융 상품과 투자 상품을 대하는 우리에게도 이러한 비판적인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모두가 근거 없는 낙관으로 일관할 때도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심정으로 건너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from edu-m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