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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 Mash up

에이리언 커버넌트 - 태어난 것들과 만들어진 것들의 결합과 계약파기

by Azzurro 2017. 5. 12.

 

​​<​​​우주에서는 아무도 당신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없다.>

2122년, 노스트로모호의 메인컴퓨터 마더는 본사가 입력한 지령에 따라 이상신호가 감지된 LV-426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착륙을 명한다.
과학장교 애쉬(안드로이드)는 동요하는 승무원들에게 '모든 승무원들은 지적생명체 조사에 대한 의무를 지니며 이를 어기면 보수는 몰수'라는 조항을 내밀며 압박한다. (에이리언(1979))


필자가 영화해석에 재미를 갖게 된 첫 번째 동기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1982년작)였다.
92년도에 감독판이 나온 이후 두 편집판을 오가며 그야말로 닳도록 봤다.

넌 누구냐 사람이냐 로보또냐
스콧샘요! 이 영화 다시 만들어 주이소~
마침내 스콧샘이 제작총괄하고
Arrival(한국제목 컨택트)의 드니 빌뇌브 감독 연출로 2017년 10월 속편이 개봉예정이다.
해리슨 포드 아재도 나온다~~~!!


그리고 이후 창의적인 영화 해석의 묘미를 결정적으로 안겨 준 두 번째 동기,
워쇼스키 자매(한땐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 3부작 !

넌 누구냐 너 자신을 믿냐
스키자매님 할렐루야~

원본과 빠이빠이(bye)한 복제본과 이미지가 득실거리는 세상에 이미 우리가 살고 있다는 시뮬라시옹(장 보드리야르)을 읽고
그럼 지금 나는? 뭔데? 의문을 던지게 한 것 처럼, 나의 생각을 뿌리째 바꾸게 한 영화들이었다.(나는 미디어가 연출하는대로 따라가고 있는 그런 존재는 아닌가?)

그 중 블레이드 러너의 스콧 선생님과 스위스 초현실주의 작가 H.R.기거의 우연한 콜라보로 부터 시작된 에이리언, 2012년작 프로메테우스,최신작 에이리언 커버넌트까지 아우르는 해석을 몇 마디 적어보려 한다.


전작인 프로메테우스를 본 이들이 이건 뭐 떡밥만 잔뜩 뿌려 놓고 이전 작품과 연결되는 굵직한 실마리는 한 개도 없더라면서 각종 불만을 쏟아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보는 사람마다 해석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에이리언3에서 에이즈와 인간차별의 메타포,
에이리언4에서 인간복제와 낙태문제의 메타포,에이리언2에서는 군사패권, 성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한 메타포,에이리언1에서는 인간 특히 남성의 폭력성과 악마성에 대한 메타포로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감독구력이나 제작비용,제작여건에 비해
스토리,구성,배역,메시지 등이 더 조밀하고 다층적으로 깊게 엮이지 못한 것이 개인적으론 아쉽긴 합니다만,
프로메테우스와 커버넌트를 보면
딱 눈에 들어오는 게 있습니다.
전편들과도 이어지는 핵심적인 캐릭터 바로
A.I.입니다.
인간의 자연파괴, 인간이 만든 문명에 의한 지구 파괴, 그리고 언젠가는 그렇게 지구종말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좀 더 부각시킨 시나리오 집필 의도가 엿보입니다.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를 다시 보면 영어 철자 A와 I 가 먼저 부각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콧선생님의 초기작 블레이드 러너와도 관통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지요~
정체성 혼란을 극복한 A.I.가 지구파괴 주범이 인간이라고 판단하는 순간 대의적인 차원에서 인간을 보내 버려야겠다는 결론을 감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사고실험을 해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지극히 일리있는 가설입니다.
영화 아바타에서 보듯 인간이 이익을 위해 앞뒤 안가리고 어머어마하게 파괴를 저지른게 사실이며 역사거든요~
스콧샘은 여기서부터 출발하자는 것입니다 종교와 신을 넘어서 인간이란 무엇인지 처음부터 생각해 보자는 것이지요.
("생명의 기원, 지구의 기원, 우주의 기원, 외계 생명과 문명의 탐색, 인간과 우주와의 관계 등을 밝혀내는 일이 인간 존재의 근원과 관계된 인간 정체성의 근본 문제를 다루는 일이 아니고 또 무엇이란 말인가?" -코스모스(칼 세이건) )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다섯 번의 바둑대국이 진행되었다.
결과는 알파고의 4대1 승리였다.

우리는 이제 안다. 기존의 인간적인 가치나 능력은 이제 끝났음을.

인간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공지능 관련 전문가나 학자들은 한동안 설왕설래가 많았다.

강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파멸로 이끌 것이다.
아니다 그것은 지나친 비관이다
약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수준에서 조절될 것이다.

스콧샘은 이 부분에서 월터와 데이빗을 마치 야누스처럼 등장시켜 양면이 모두 존재함을 전하려는 것 같다.

창조주의 창조주까지 부정하려는 파괴성의 폭주와 자신을 희생하며 창조주인 인간을 보호하려는 본연의 기능이 공존하는 것이
인공지능 A.I.의 실체임을 다시 한 번 영화를 통해 환기시키는 것이다.

더 나아가 A.I.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로 까지 승화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글 서두에서 언급한 블레이드 러너, 매트릭스 이들 영화에도 공통되게 나오는 질문이다.

영화 아이로봇에서도 언급되는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태생부터 어불성설이었다.
A.I.를 특정모드로 설정,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인지오류다.

​​계약(커버넌트)은 이미 깨졌다!

스페이스쟈키로 언급된 인간의 창조주 엔지니어들은 지구에서 재조합된 DNA가 인류가 되고 그 인류가 데이빗과 월터 같은 아주 고급진 A.I.를 만들어낸다. 근데 A.I.가 거꾸로 인류와 엔지니어 자신들을 싸잡아 공격을 해대니 황당하기 그지 없었을 것이다.

스토리 전개상 프로메테우스에서 엔지니어가 데이빗의 모가지를 먼저 뽑은 것을 보면 이미 그것이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임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암튼 돈되는 것은 전부 다 건드리고 보는 웨이랜드(웨이랜드유타니)사는 식민행성 개척이라는 돈되는 사업 추구 이면으로 전쟁무기로 아주 적합한 제노(예)모프 같은 외계바이오메카노이드를 양산하려는 음모를 깔고 있음을 영화스토리를 통해 알 수 있다.

개콘 진호봇처럼 감정이 제거된 완전체로 허드렛일은 다 해줄 것 같이 믿고 있던 A.I.에게 완전히 뒤통수를 얻어 맞게된 상황이 전개되는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스토리는
2017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현실 그 자체이다.

인류는 궁극적인 테크놀로지가 죽어가는 지구를 떠나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커버넌트)의 땅으로 인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아름다운 호수와 멋진 오두막집 꿈을 품은 채 떠나가는 우주항해가 이기적인 기술집단 카르텔에 의해 희망의 항해가 저승길이 될줄은 꿈에도 알지 못하고 애초부터 효력이 상실된 사기 계약(커버넌트)의 상태로 인류가 강제영면에 들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A.I.와 인간 그리고 엔지니어와 에이리언들을 스콧샘이 어떻게 엮고 그려낼지 무척 기대된다.
(*'2001스페이스오딧세이'의 작가 아서C클라크의 소설 '유년기의 끝'은 냉전시대의 지구를 느닷없이 접수하는 오버로드라는 외계인들이 나오는데 그 오버로드와 인류의 진화를 관장하고 지휘하는 오버마인드라는 더 고등한 외계인들이 있었고 신인류로 진화시킨다 라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인류-신인류/오버로드-오버마인드 연결구도는 에이리언커버넌트의 안드로이드-에이리언/인류-엔지니어 와 흡사한 면이 있다.)
(**솔직히 SF호러도 좋지만 이젠 더이상 에이리언 클리셰를 동어반복,셀프카피 좀 안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기존 서사 방식을 뛰어 넘어 아서 C 클라크의 작품에 담겨 있는 '서로 다른 계 생명체간 최초의 접촉 또는 서로 다른 계 문명간 충돌' 이런 서사를 야무지게 좀 보여 주면 좋겠다.)
(***스콧샘요~나홍진 감독의 '곡성' 좀 보이소)

더불어 올하반기에 개봉하는 블레이드 러너 2049도 무척 기대된다.

​​<​​A.I.는 당신의 비명소리를 무시할 수도 있다.>


*Azzur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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