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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alks

현상유지편향

by Ganze 2011. 11. 8.



“얼마 전에 핸드폰 요금청구서를 보고 쓰지도 않는 부가서비스의 요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처음 가입할 때는 한 달만 쓰고 해지하려고 했던 것인데 어쩌다 보니 2년 넘게 안 써도
되는 돈을 썼습니다.”

핸드폰을 개통할 때 할인을 받기 위해서 이런저런 부가서비스를 가입하게 된다.
보통 처음 몇 달만 쓰면 된다는 말에 부가서비스를 신청하지만 바로 해지하기보다는
그냥 쭉 쓰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이 게을러서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이는 단순히 게으르고
부지런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는 현상유지 편향이라고 하는 행동경제학 이론이 작용하게 된다.

 

다니던 식당에 가서 먹던 메뉴를 시키는 것

현재 상황이 특별히 나쁘지 않은 한 변화를 시도할 경우, 좋아질 가능성과
나빠질 가능성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
이때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를 회피하기 위해 현재 상황을
고수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현상유지 편향이라고 한다.


는 윌리엄 새뮤얼슨 교수와 리처드 젝 하우저 교수의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실험에 의하면 같은 금액의 유산을 물려받게 되더라도 현금으로 물려받았을 때와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물려받았을 때의 행동이 달라진다고 한다.
유산을 현금으로 물려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짜서
예/적금에 넣어두거나 투자 대상을 찾아 투자를 하지만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물려받은 사람들은 현상유지 편향이 작용하여 자신의 투자 성향과는 상관없이
물려받은 그대로 보유했다고 한다.
현재 상황을 바꾸지 않으려는 현상유지 편향은 국가 정책에 활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뇌사자의 84.3%가 장기기증을 할 정도로 뇌사자 장기기증이
활성화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누군가 뇌사 상태에 빠지면 생전에 미리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서약을 하지
않은 이상 장기기증을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스페인은 이를 뒤집어 생전에 별도로 장기기증을 하지 않겠다고 미리 못 박은
사람들 외에는 모두 장기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또한, 현상유지를 고집하는 관성에 따라 투표에서도 정책의 내용이나 사람에 관계없이
현직이 다시 당선되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현직 프리미엄이 작용하는 셈이다.
그래서 새로운 정책을 실시하게 되면 그것이 좋든 나쁘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물건을 구입할 때 기존에 사용하던 브랜드의 제품을 다시 사는 것도, 익숙한 식당을
자주 찾는 것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한 직장에 오래 다니는 사람들의
성향도 이런 관성과 결부되어 있다.

 

디폴트 옵션을 찾아내라!

현상유지 편향에 의해 사람들은 물건을 구입하거나 어떤 계약을 할 때 어떠한 선택안을
디폴트 옵션(지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선택되는 옵션)으로 지정해놓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폴트 옵션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장기기증에 동의하는 것을 디폴트 옵션으로 해두어 장기기증율을 높인 것이다.

핸드폰을 개통할 때 일정 기간 사용하기로 약정한 부가서비스에 대해 해지할 생각을
하더라도 고객센터로 전화 한 통 걸 시간이 잘 나지 않는 것도 무의식적으로 현상유지
편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예 무의미한 서비스가 아닌 이상 싸게 가입한 김에
유지하다 보면 사용하게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를
마케팅에 십분 활용한다.

실생활에서 현상유지 편향을 활용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제품을 판매할 때 무료체험행사를 하는 것이다. 일정기간 동안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해보고 제품에 만족한다면 일정 기간 이후부터 가격을 지불하게 하면
사람들은 치명적인 하자가 있지 않은 한 결국 돈을 지불하고 사용하게 된다.
홈쇼핑의 후불제 판매나 서비스 계약 시의 자동갱신 조항도 여기에 해당된다.

현상유지 편향이 나타나는 이유는 손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에 있다.
현상을 깨는 행동을 하면 괜히 안 해도 될 행동 때문에 금전적 손해를 보거나
 다른 사람의 비판과 마주하게 되는 식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거나 기존의 패턴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심리적인
부담을 적게 한다.

따라서 한 번 사용하게 되면 장기간 사용하게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일수록
디폴트 옵션에 끌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설정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판단해야 한다.
휴대폰의 부가서비스를 처음부터 가입하지 않았다면 그래도 새로 신청해서 썼을 것인지,
무료체험행사를 하지 않았다면 그 제품을 구입했을 것인지
하나하나 원점에서 판단해보아야 한다.

(에듀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