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이름을 가진 사람의 것이 아니다.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의 것이다.
포인트는 이름을 부르는 것과 이름을 물어 보는 것 .
그리고 이름을 알려 주는 행위에 있다.
이름을 둘러 싼 관계에 이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산업화 시대를 지나면서 모든 가치를 자본으로 환원시켜 버렸다.
그러면서 각자의 이름을 잃어 버렸다.
이름을 잃어 버렸다는 시대의 슬픔은,
자본주의의 폐해로 인해
생명과 이름을 잃어가고 있음을 모티브로 한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느낄 수 있다.
치히로(센)가 용으로 변한 하쿠에게 "너의 이름은 코하쿠강이야"라고 불러 주자
유바바에 의해 쓰워진 거짓 탈이 떨어져 나간다.
그러면서 "치히로 고마워, 본디 내 이름은 '니기하야미 코하쿠누시'야" 라고 말하는
이 대목에서 같은 맥락을 읽을 수 있다.
유바바의 온천장처럼
자본주의의 탐욕이 불치병 말기처럼 극에
다 닿아 있는 지금,
우리는 자본의 무한증식 시스템에 재단되어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발산되는 생명력 넘치는 기운, 남다르게 풍기는
앰비언트와 매력 같은 것들이 모두 잘려지고
매몰되어 버렸다.
알파고의 충격을 목격한 2016년을 지나
2017년 새해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순간에도 사회변화는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그 변화 속도는 더욱 더 빨라질 것이다.
거대한 조직에 들어가는 것만이 삶의 목표가
돼버린 현재의 사회상도 변할 것이다.
이제 조직에는 중간 관리자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관리업무를
대체하고 있기에 그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머지 않아 모든 업무 분야에서 비슷한 패턴으로
변화가 진행될 것이다.
그에 따라 조직에서 인원은 최소화 되고
필요한 일을 매개로 필요한 개인들의 능력만큼
계약하는 시대로 점점 변해 갈 것이다.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처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전문가들이 모였다가 프로젝트가 끝나면
흩어지는 일들이 반복될 것이다.
기업은 제 때 많이 팔기 위해 빠른 기획,제조와 판매가 중요하므로
조직은 몸집을 줄일 것이다.
관리는 모두 컴퓨터 시스템과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다.
그동안 개인의 이름 대신 부각됐던 조직의 명패와
아이디카드는 사라지고 각자의 이름이
일을 표방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각자의 특색과 앰비언트에 당사자들은
이름을 붙여 주고 계약서를 내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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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시대에는 이름이 곧 존재며 가치다.
자본주의의 5차원적 마법이 제아무리 술법을
부려도 우리 각자의 이름을 찾아야 한다.
찾는 방법은 이름을 부르도록
나만의 특기와 매력을 갖는 것이다.
숙성과 발효를 거쳐 완성되어 가는 술과 같은
그런 이름.
진한 매력이 스며든 이름을 불러 줄 때
자본에 의해 씌어진 거짓 탈을 떨쳐 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오늘 먼저
당신의 이름부터 한번
불러 보라.
*비빔 박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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