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는데 남자친구 때문에 너무 괴로워해요. 근데, 왜 헤어지지 않느냐구 했더니 대답이 아주 재밌어요. 몇 년이나 사귀었지만, 이 남자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최소한 이해를 한 다음에 헤어질 작정이다. 그래야 인생에 대해 뭔가 알게 되지 않겠냐 이거죠."
이 정도의 뚝심은 있어야 한다.
이게 바로 관찰하는 연애다.
그리고 그 관찰의 열쇠는 다름 아닌 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임상사례가 있다.
연구실 후배의 이야기다. 후배에게는 예전에 사귀던 연인이 있었다. 둘의 사이가 꽤나 소원해졌을 무렵, 그 여자친구는 그 후배와는 물론이고 가족과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걱정이 되어 담을 넘어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 보니 집은 이미 난장판. 널부러진 옷들, 넘치는 쓰레기, 먹다 만 음식, 싱크대에 쌓인 그릇들, 미드'가 정지된 채로 켜 있는 컴퓨터,……. 그 모습을 본 후배는 눈물이 쏟아졌다고 한다. "틀림없이 , 그 음식들은 배고픔을 참다가 허겁지겁 먹어 치우다 던져 놓은 걸 테고, 저 옷가지 들은 거울 앞에서 입어 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 옆에 쌓아 놓은 것일 터.
상황으로부터 마취되기 위해 그녀가 만들었을 세계가 너무 끔찍 했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친구 '의 상황이 너무 처참하게 느껴졌다."
한참을 울고 난 뒤, 그는 옷을 챙겨 세탁을 하고 방을 청소했다. 무려 네 시간에 걸쳐서.
"죽음 같은 그 방을 만지고 난 후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더 이상 환상 속에 매몰되지 않겠다고. 물신과 망상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이게 바로 사랑의 망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관찰이자 공부다.
*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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