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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Now

​​트라우마란 존재하지 않는다. 내 운수를 정면으로 바라보다.

by Ganze 2015. 3. 5.



'트라우마’란 존재하지 않는다.

약 100년 전, 아들러는 현재 트라우마 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프로이트의 ‘원인론’을 부정하고 사람은 현재의 ‘목적’을 위해 행동한다는 ‘목적론’을 내놓았다. 심리학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는 오늘날에 거의 상식처럼 되어버린 트라우마를 부정한다는 것, 그것도 이미 100년 전에 그랬다는 것 자체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일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과거의 ‘그 사건’ 탓으로 돌리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트라우마에 발목을 잡혔던 이들이라면 아들러의 주장에 귀가 솔깃할 것이다.

아들러는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가 성공이나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받은 경험 때문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오히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라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을 이용해 불안이나 공포를 지어내는 것이라고 본다. 이렇듯 아들러는 과거의 특정한 사건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할 수 없고, 우리는 ‘목적’을 위해 행동을 달리할 수 있는 ‘변할 수 있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아들러의 ‘목적론’은 현재를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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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말 서점가에 불었던 심리학 바람이 불안한 개인을 다독이거나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바쳐졌다면, 지금 다시 주목받는 심리학은 개인의 의지에 초점을 맞춘다. 타인의 시선이나 외적인 요소에 흔들리지 않는 '나'를 부각하며, 내가 상황을 제어할 수 있다고 추동한다는 점에서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이들을 관통하는 심리학의 중심에는 알프레드 아들러가 있다.

'미움받을 용기'와 '버텨내는 용기'는 20년 넘게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해온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쉬운 해설 덕에 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미움받을 용기'가 세상에 부정적이고 열등감이 많은 젊은이와 철학자의 만남을 통해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집약적으로 드러냈다면, '버텨내는 용기'는 아들러의 생애와 이론, 자녀교육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관계심리학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아들러 심리학은 타자와의 관계를 성격형성과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으로 본다. 아들러는 프로이트, 융과 달리 인간의 보편성보다 개개인의 상황을 중시한다. 즉 스스로가 세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인생을 해석하는 시각을 바꾸면 행동도 바뀌지만 시각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의 행동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게 그의 논지다.

여기서 아들러는 결정론과 근본적으로 갈라진다. 아들러는 어떤 경험도 그 자체로는 지금의 성공 혹은 실패를 좌우하지 않는다고 본다. ​
자신이 경험한 소위 트라우마라는 충격 때문에 지금 고통 받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트라우마는 나중에 갖다 붙인 핑계거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의미를 붙이면 상황은 달라진다. 말하자면. 외적요건에 의해 내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여기 있다는 게 아들러의 핵심이론이다. 따라서 미래의 삶 역시 지금 나의 선택에 의해 바꿀 수 있다. 과거의 정신분석과 심리학이 과거로부터 병적 증세의 원인을 찾은 것과 달리 아들러의 목적론은 미래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지금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아들러는 원인을 과거와 타인에게서 찾았다고 해서 현실은 달라질 게 없다고 말한다. 한발을 내딛는 행동은 타자와의 관계 맺기로 이어진다. 여기서 아들러의 독특한 용어인 '공동체감각론'이 들어선다. 아들러는 타자를 적으로 보느냐, 친구로 보느냐에 따라 삶이 바뀐다고 말한다. 적으로 보는 순간 신경증적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하게 된다. 스스로 인생의 과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거나 역으로 공격적 행동으로 욕구를 표출하는 것이다. 공격적 폭력적 행동은 상대방을 지배하려 듦으로써 자신의 무능력을 감추려 하는 행위로 읽힌다.

아들러가 제시하는 가장 이상적인 대인관계는 타자를 친구로 여기는 것이다. 타자를 적대적 관계로 보지 않고 타인의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는 상태다. 타인의 인정이나 평가, 기대가 나를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다는 본질적 나를 깨닫는 것이다. 이는 성격형성의 주요인인 열등컴플렉스를 넘어서는 길이다. 아들러가 강조한 공동체 감각은 타인을 대등한 관계로 보는데 있다. 우월적 지위나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 것이다. 아들러는 타자와의 협력, 타자에의 공헌이 더 나은 행복한 삶으로 이끈다고 말한다. 이런 아들러의 가치 중심적, 목적론적 심리학은 당대엔 배척당했지만, 요즈음 훨씬 폭넓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

<헤럴드경제 기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