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는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휴대전화기에 대고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4S'가 판매된 뒤에 일어난 변화다.
이 스마트폰의 음성 인식기능 '시리 (Siri)'를 이용하는 것이다.
시리는 발표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음성 인식이 그럴싸해 보이긴 했지만 실제 활용도가 얼마나 높을지 의심스러웠던 것.
하지만 실제 제품이 발표된 이후 의심은 열광으로 바뀌었다.
시리가 생각보다 '똑똑한'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신형 아이폰 구매자들은 앞다퉈 시리 사용기를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이 소감문은 대부분 '시리를 써봤더니 이렇더라' 같은 이성적 판단이 아닌
'시리가 우리 집에 왔다'는 감상이다.
시리의 인공 지능(AI)이 그만큼 사람과 같은 느낌을 준다는 말이다.
◇인공지능 시대…인간을 닮은 컴퓨터가 온다
현재 공개된 시리의 인공 지능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사람이 묻는 질문의 뜻을 알아듣는 것이 신기하긴 해도 시리가 내놓는 답변은
미리 입력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시리가 센스 있는 답변을 내놓는다"고 칭찬하는 것은 그만큼
실제 답변에 가까운 답변을 준비해 놓았기 때문이다.
시리가 인생의 의미에 대해 대답을 하는 것도, 누구를 해코지하고 싶다는 말에
주변 병원을 추천해 주는 것도 특정 질문에 대한 '조건반사'에 해당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인간의 지능과 비교할 수준은 아직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은 장난감 수준이라도 시리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박상규 음성 언어정보 연구부장은
"지금 사람들이 체험하는 기능은 시리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인공 지능은 지금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순간 생활에 꼭 필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퀴즈 챔피언을 이긴 수퍼 컴퓨터 '왓슨'
현재 가장 발전된 인공 지능을 구현한 것은 IBM의 수퍼 컴퓨터 '왓슨(Watson)'이다.
왓슨은 지난 2월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 출전했다.
왓슨의 경쟁자는 제퍼디 사상 가장 훌륭한 성적을 거둔 우승자 2명이었다.
이 퀴즈는 출연자가 각 질문에 돈을 걸고 문제를 맞히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대결결과는 컴퓨터 왓슨의 압승이었다.
지난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이뤄진 대결에서 왓슨은 7만7147달러의
상금을 따내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경쟁자들은 각각 2만4000달러와 2만1600달러에 그쳤다.
왓슨은 이 퀴즈쇼에서 현재 인공 지능 기술의 최첨단을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왓슨은 사회자의 질문을 알아듣고, 방대한 양의 애매모호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답을 찾아냈다.
미리 마련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정해진 답만 말해주는
아이폰4S의 시리보다 훨씬 진보한 기능이다.
왓슨은 사람 못지않게 영리한 모습과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퀴즈쇼 첫날 왓슨은 미국 공항이 있는 도시를 묻는 질문에
캐나다 '토론토'를 내놓는 엉뚱한 행동을 했다.
이것은 왓슨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왓슨을 개발한 데이비드 페루치(Ferrucci) 박사는
"왓슨은 이 답이 틀린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한 것"이라며
"자신이 없는 답을 말하면서 적은 액수의 돈만 베팅하는
총명함을 보여줬다"고 했다.
왓슨은 쇼가 진행될수록 문제 출제방식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일반 대중이 왓슨의 인공 지능을 경험하기는 어렵다.
고가(高價)의 수퍼 컴퓨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아직까지는 아이폰4S의 시리가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인공 지능인 셈이다.
◇똑똑하게 진화하는 인터넷
아이폰4S와 시리의 독주는 계속 이어질까. 일부 전문가들은 구글이
곧 시리의 인공 지능 수준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 최고경영자는 "인터넷을 거대한 인공 지능으로 만드는 것이
구글의 목표"라며
"인간의 머리도 그리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인공 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따라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지는미국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인공 지능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테리 위노그래드 교수 아래서 뇌 과학을 공부했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구글의 검색 엔진을 설계했다.
구글이 인공 지능을 구현하는 방식은 방대한 정보를 수많은 컴퓨터가 분산 처리해
막강한 수퍼 컴퓨터 성능을 내는 것이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구글은 인터넷에 있는 모든 정보를 분석한다.
인류가 수만년 동안 쌓아온 지식을 서버 컴퓨터에 저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모든 질문에 정확한 답을 내놓겠다는 것이 구글의 목표다.
구글은 이미 초보적인 수준의 인공 지능을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검색창에 일부 글자만 치면 추천 검색어를 자동으로 완성한다든지,
사용자가 관심이 있을 만한 광고만 골라서 보여주는 기능이 그것이다.
구글의 서버 컴퓨터가 사용자의 행동을 유추해 "이런 것을 원하는구나"하고
판단해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
국내의 인공 지능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대부분 연구가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이뤄져 상업적인 결과는 부족하다.
박상규 ETRI 부장은 "우리나라도 음성 인식, 자연 언어 처리, 대화문 생성, 문맥 인식,
지식 검색 등의 인공 지능 개발에 필요한 기술은 다 갖고 있다"며 "하지만 이 기술들을 묶어서
하나의 서비스로 만들어야 하는데 비용 부족으로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도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김상헌 대표는 "우리나라 인터넷 시장을 외국에 그냥 내줄 수는 없다"며
"애플이나 구글에 못지않은 서비스를 개발해 국내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人工知能 Artificial Intelligence)
인간이 갖고 있는, 생각하고 배우는 능력을 컴퓨터 등 인공물을 통해 구현하는 것.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하도록 설계한다. 학습·추론·지각·언어 이해 능력 등이
인공지능의 구성요소로 꼽힌다.
인터넷에 쌓인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관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유명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2001년 인공지능 로봇을 다룬 영화 'AI'를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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