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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 Mash up

tangled

by Ganze 2012. 1. 7.

 

 

 




원제가 ‘Something’s Gotta Give’인 영화가 있습니다.
‘Something Has Got to Give’를 리듬감 있게 표현한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선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이 로맨틱코미디의 원제는 무슨 뜻일까요? Give의 뜻을 먼저 알아야 하겠지요.
‘냉탕과 온탕을 넘나든다’는 표현에 걸맞을 만큼 위태롭게 사랑의 열병을 앓는 극 중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관계가 꼬이는데요, 바로 그 ‘꼬인 감정을 잘 풀어야 사랑이 완성된다’는
함의를 담은 것이 Something’s Gotta Give입니다. 그러므로 Give는 ‘풀다’입니다.
이것의 반대어 범주에 드는 단어로 ‘tangle’을 꼽을 수 있겠군요.
‘얽히게 하다, 엉키게 하다’이니까요.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Tangled’는 우리나라 제목이 ‘라푼젤’입니다.
제목을 떠올리는 순간 머리카락이 무척 긴 여주인공, 그녀를 탑에 가둔 마녀, 라푼젤을
구출하려는 왕자가 연상되지요.
하지만 제목 ‘라푼젤’은 뜻밖의 상황에 주인공들이 속속 꼬여버린다는
원제의 맛은 못 살린 약점이 있군요.


‘백설공주(Snow White)’의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Mirror, mirror, on the wall, who in this realm is the fairest of all)?’
만큼이나 유명한 대사가
‘라푼젤, 라푼젤, 머리카락을 내려다오(Rapunzel, Rapunzel, let down your hair)’이지요.
그런데 영화에서 라푼젤이 마녀에게 내려뜨린 머리카락은 무척 달라 보입니다.
길기만 한 게 아니라 신비한 광채를 내뿜으니까요.
마녀도 늙고 추하지가 않습니다. 뽀송뽀송한 동안입니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마녀가 외출하고 없는 사이 탑에 숨어들어 간 고아 출신의
도둑 유진은 라푼젤의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됩니다.
광채를 내는 라푼젤의 금발은 마녀에게 불로장생의 힘을 주며,
그 때문에 공주인 그녀가 아기 때 궁궐에서 납치돼 18년간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원작과 달리 똑똑하고 당차고 도전적인 라푼젤은 유진이 등장하자 평소의 깨달음에 힘을 받습니다.

‘삶은 용기에 비례하여 움츠러들거나 도약한다
(Life shrinks or expands in proportion to one’s courage)’는 것을.

‘우리가 잃지 않아야 할 단 하나의 용기는 가슴이 이끄는 삶을 사는 용기
(The only courage you ever need is the courage to live your heart’s desire)’라는 것을.
해마다 생일날 먼 곳에서 누군가가 밤하늘에 띄우는 초롱을 지켜봐 온 라푼젤은 초롱의 불빛이
마치 자기의 가슴을 그리로 이끄는 것 같다며 데려다 달라고 간청합니다.
현상범인 유진은 목숨까지 걸고서 그녀를 인도합니다.


그러자 마녀가 유진에게 비수를 꽂는군요.
슬픔에 빠진 라푼젤은 마녀에게 애원합니다.
“엄마, 제가 유진을 살릴 수 있도록 허락하시면 영원히 탑에서만 살게요.”
마녀는 허락하고, 라푼젤은 머리카락으로 유진의 상처를 감쌉니다.
그 광채가 치명상을 낫게 해주려는 찰라 유진은 라푼젤의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립니다.
그러자 늙고 추한 노파로 변한 마녀는 탑에서 떨어져 죽습니다.
절명하기 전 유진이 고백하는군요.
“당신은 나의 새 꿈이었어요(You were my new dream).”
비통해하며 흘리는 라푼젤의 눈물방울이 기적처럼 유진에게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그 순간 라푼젤의 눈도 빛납니다.
유진의 고백을 현재형으로 바꿔 화답할 듯이!
“You are my new dream.”


(이미도,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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