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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프리텐더 6화

by Azzurro 2023. 7. 6.

신스(synth)

2개의 개체가 융합하는 것.

 

프리텐더 6화


“꿈에서 어떤 사람이 모습은 안보이고 귀에다 대고
바보야,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야 !
자신을 믿어야 해!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계속 이런 말을 합니더… 할매…”

“린아! 잠시만 이리로 따라 오바라.”

할매는 집 뒷산에 서 있는 당산나무 신당으로 효린이를 데리고 갔다.

 


◆섬멸대 중앙본부

비상 회의에 참석한 각 지역 본부장 겸
이사들은 일제히 최미진을 거론했다.

박회장은 이사진들을 쓱 둘러보고는 손깍지를 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뗐다.


“근데 말이오... 나는 이번 일로 연맹의 존립 이유에 대해 심각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이 자리가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자리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피해 당사자가 최미진이든 다른 누가 됐든 어떻게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일어날 수가 있냐는 생각 때문에 며칠 동안 답답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본부장 여러분들의 생각을 한번 말해 보시오!”


회의장 내에는 한숨과 침묵이 뒤섞여 깔렸다.
박회장이 말을 이어갔다.

“다들 알겠지만 5세대 무버들이 4세대들로부터 신전 토벌을 승계받은 ‘네 번째 레거시’가 지난 지가 언제인데...  아니! 과거에 연맹이 번번이 와해되면서 감시시스템 부재로 세계 곳곳에서 마수들에게 희생당한 민간인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위원회 이사들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말을 아끼던 섬멸대 아카데미 윤기원 소장이 입을 열었다.

“그때 허점을 보완해 최대한 감시 음영지역이 발생하지 않게 만든 것이 파놉티콘 시스템인데 일반적인 포털이 아닌 DL을 통해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바람에 놈들이 감시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 같습니다.”

영남 본부장이 이어서 말을 받았다.

“그러니까 신전뿐 아니라 도시 번화가나 주택가 같은 지상 곳곳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종합해보면 과거의 마수들이 주로 사용했던 포털은 사라져도 공간에 흔적이 남아 추적이 용이했었는데 이번엔 출현한 놈들은 흔적이 남지 않아 현장에 있지 않는 한 추적하기가 불가능합니다.”

“파피야스라니...”

박 회장은 깊은 한숨과 함께 입에서 어떤 이름 하나가 새어 나왔다.

“김 원장, 폴리곤 샘플 분석 결과가 나왔으면 말해 보시오.”

“네 분석결과 마라족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출현한 마라족들은 그동안 출현했던 수많은 오버로드 존재들의 폴리곤 샘플과 비교했을 때 내재된 에너지의 파워가 엄청납니다”

김 소장의 말이 끝나자 박 회장은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그러니까, 김 소장! 간단히 말해서 앞세대 대원들이 두려움으로 치를 떨었던 바로 그 마라 파피야스가 마침내 나타났다는 말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회의장은 웅성거렸다.

“뭐?!”

“파피야스라고?”




◆섬멸대 훈련소

 
윤기원 소장은 전소민 교관을 불렀다.

“전 교관, 이번 코스가 <EP 1단계> 맞지?”

“네, 맞습니다. ”

“이번 훈련생들은 어때? 
이번 파이널 코스를 무난히 통과할 것 같은가? ”

“네! 지금까지 기본 훈련에서 낙오자 한 명 없이 잘해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라... 그래… 지금까지는 당연히 잘해야지”

“예, 그렇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말야... 부득이 파이널 코스를 <EP 2단계>로  변경해야겠어!”

“예? 갑자기 말씀입니까?”

“너도 알다시피 신전과 회생소 사태에서 입은 우리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에 곧 S.I. 1단계가 발령될 거야. 
그래서 실전에 대비해 테스트 강도를 더 높이라는 오더가 떨어졌어"

“그 그치만…. 갑자기 단계를 높여 버리면 혹여나 훈련생들이 예상보다 심각한 데미지를 입게 된다면..."

“물론 그 말도 일리가 있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더 최악으로 전개될 것을 예상한다면 본부의 생각도 전혀 엉뚱한 것만은 아니야… 
자네는 훈련생들이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게”

“알겠습니다!”

교관실로 돌아온 전소민은 고민에 빠졌다.

(훈련생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어...
도전해본들 백 프로 아웃이야... 무모해!)

숙소에 동료 교관인 이광수가 들어왔다.

“광수야 케이시 대련 파트너 때문에 온 거지?

“빙고! 하하”

“근데, 내일부턴 훈련 들어가서 당분간은 힘들 것 같아”

“맞다! 그러고보니 내일이 최종단계 들어가는 날이구나!”
이광수는 전소민의 표정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근데 소민아 이상하네… 평소 훈련 전날과는
분위기가 좀 다른데… 
혹시 훈련생 중에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여차 신전과 회생소 사건 알지?
그 때문에 본부에서 파이널 코스를 EP 2단계로 바꾸라는  명령이 떨어졌어…”

“뭐? 2단계로? 참가자들이 나름 경험자들이라고 해도 
그건 무리다 무리…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작살나게 생겼네…“

”내 말이…”

“아까 갑자기 소장님실에 가더라니… 그 얘기 들으러 간 거였구나…”

“아~ 2단계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야..."

“그러니까! 이건 전례가 없던 경우야! 무리라고 무리! 
우리 교관들끼리 의견을 모아서 소장님께 다시 건의하자”

이광수의 표정은 매우 격앙되었다.

“아니 됐어! 소장님도 마음적으로는 충분히 우리와 뜻을  같이 하실 분이야! 
다만 본부의 상황 판단이 그만큼 부정적 이라는 것이 문제지… 
하필이면 내가 맡고 있을 때 일이 터지냐 진짜 복이 지지리도 없지 에잇!”

이광수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가 소민에게 의견을 제시한다.

“근데 소민아, 어차피 외부 상황이 너무 안 좋고
그래서 위에서 까라면 까야 될 상황이라면 말이야…
차라리 위험을 무릅쓰고 훈련생들과 함께 직접
뛰어드는 건 어떠냐?”

“엉? 맞다! EP 2단계 부터는 위험도를 감안해서 교관도 훈련생들과 함께 코스에 참가할 수가 있어. 
그동안 가본 적이 없어서 미처 그 생각을 못했네!”

 


◆최고조

왜 미진이가 회생소까지 오게 됐는지를 생각하다가
최고조의 눈동자가 아주 빨갛게 충혈되었다.

[고조님, 혈압이 높아지고 있고 안구에 모세혈관이
많이 터졌습니다. 지금은 안정을 취하고 내일 다시
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뭐라고? 가긴 어디를 가? 지금 당장 미진이 데리러
가야지!”

[지금 나가면 위험합니다. 마라족 부대원들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그때였다. 갑자기 형태가 많이 변형된 미진이가 밖으로
철문을 박차고 뛰쳐나오며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새끼들아, 두목이 누구야?
작살내 버리기 전에 빨리 너네 대가리가 누군지
이름을 불어라! 어서!”

철문 밖에 있다가 졸지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고
휘청거린 마라족의 소대장을 포함하여 솔저들의
눈이 전부 다 휘둥그레졌다.

“뭐하냐 지금... 빨리 너네 대가리가 누군지 말하라고!
새끼들아! 내 말이 안들려?”

[최고조님, 방금 긴급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아니 저 저 저게 미진이….라고?….”

[고조님 고조님! 지금 즉시 섬멸대 훈련생으로
최종단계에 참가하라는 지사가 떨어졌습니다]

최고조의 귀에는 자운영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 듯했다.
흉측하게 변한 미진이의 모습을 보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쟤는 미진이가 아냐! 아니라고오오!

[고조님, 지금 즉시 섬멸대 훈련소로 이동해야 합니다]

“뭐? 방금 뭐라고 했냐? 갑자기 훈련소가 왜 나와?”

[강화 훈련이 승인되었습니다]

“아니 갑자기 훈련이라니! 지금 미진이가 저 꼬라지인데 놔두고 또 어디를 간다는 말이야? 도대체 어떤 또라이가 자꾸 이랬다저랬다 그러는 거야! 진짜 참고 있으니까 누굴 개돼지로 아나“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에잇, 씨팔... 말도 안통하고 진짜 답답하네 답답해!
됐고! 내가 직접 저기로 가서 미진이가 맞는지 확인할 테니까 말리지 마!”

[고조님, 저 사람은 최미진이 맞습니다]

“무슨 소리야! 저게 괴물이지 뭐가 미진이야?”

최고조 눈 앞에 홀로그램 영상이 나타났다.

[최미진의 얼굴을 확대한 영상입니다.
이마에 흉터가 있습니다. 맞는지 확인해주십시오]

“엉? 휴 흉터? 그래... 기억나... 보육원 마당에서
놀다가 넘어져서 생긴 흉터야...”

순간 최고조의 머릿속에 어렸을 적 보육원에서
살았을 때 그때 그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아아아아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오오!!”

최고조는 미진이가 맞음을 확인하고는 소리를 지르며
메고 있던 가방을 벗어 던지려고 끈을 잡아당겼다.

“도대체 신전에 잠시 들어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떤 새끼가 미진이를 저렇게 만든 거야?
와~ 진짜 열불 나서 미치겠다!

자운영! 
어떤 새끼가 저렇게 만들었는지 좀 알아봐 주라! 부탁 좀 할게! 어떤 새낀지 찾아서 그놈 대갈통을 내 천공기로 뚫어 버리게!”

[최고조님, 강화 훈련에 돌입합니다]

“아니, 지금 동생이 저 모양인데... 계속 훈련! 훈련!
같은 말만 씨불일 거야?
빨리 미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원래 상태로
돌려 놓아야지! 훈련은 무슨 훈련이야!”

[강제 이동을 실행합니다]

 

◆훈련소 파이널 테스트

전소민 교관은 참가 훈련생들에게 EP 2단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함께 참가한다는 것을 밝혔다.

설명을 들은 훈련생들은 처음엔 약간 놀란 듯 했으나 
교관이 함께 참가한다는 말에 비로소 안도했다.

“섬멸대! 모두 살아남아 <무버의 날개> 타투를 팔뚝에 새기자!”
 
전소민은 교관이자 실전참가자 자격으로 <EP 2단계>
코스를 막 시작하려는 훈련생들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모두 안전장치 체크!”

훈련생 전원이 실전에서 사용하는 저붐블래스터 안전장치를 체크했다. 
저붐블래스터는 이상과열이 발생하면 폭발할 수 있다.
비정상 상태가 감지되면 블래스터 자체 광채가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뀐다.

“이상무!”

훈련생들은 일제히 이상무를 외쳤다.

“기회는 한 번뿐이니까 무조건 통과해야 해!”

전소민은 다시 한번 소리쳤다.

사실 말이 훈련생이지 이들은 나름대로 경험치를 갖고 있는 경력직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활동 중인 연맹 공인 섬멸대원들에 비하면 능력 차이가 많이 난다.



 
◆최미진

“최미진, 언제까지 그렇게 도망만 다닐 거냐?”

“뭐어?”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최미진은 뒤를 돌아 보았다. 최미진을 부른 놈은 등에서 촉수가 꿈틀거리는 마수였다.

“또 네 놈들이냐! 함정을 판 게!”

“맞아! 이번엔 조용히 데리고 갈 수 있었는데...”

“난 그냥 조용히 살고 있는데... 왜 자꾸 끼어드는 
거야? 이러라고 시킨 놈이 누군지 빨리 불어! 
ㄱ새끼야! 대가리가 누구야 어?”

“자세한 것까진 알 필요 없고... 일단 잡아 오라고 
하니까! 난 그냥 시킨 것만 충실히 하면 돼...”

말이 끝나자마자 마수의 등에서 무시무시하게 생긴 네 가닥의 촉수가 빠르게 쭉 뻗어 나와 미진이를 완전히 휘감아버렸다. 

촉수에 겁박을 당한 최미진은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야아! ㄱ새끼야! 빨리 안 풀어?”

“너도 사실 지금보다 강한 힘을 갖고 싶은 거 맞잖아!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 줄게! 흐흐흐...”

끝이 화살촉처럼 생긴 촉수 하나가 최미진의 뒷덜미를 푹 찔렀다. 최미진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때 검은 구체가 갑자기 날아들었다.

“잉? 뭐야?”

검은 구체는 십자선을 그은 것처럼 갈라지더니 네 개의 조각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허공에 빛줄기와 함께 또다른 공간이 열렸다.

“뭔 개수작이지? 귀찮게 하네”

마수는 최미진을 툭 내려놓고 촉수를 빠르게 뻗어 나뉘어진 검은 구체를 떨어뜨리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공간 너머에서 엄청나게 센 빛이 쏟아졌다.

“으으… 앞이 안보여...”

마수는 눈이 너무 부셔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강렬한 빛은 사라지고 다시 주위는 어두워졌다. 그런데 그 사이에 마수는 허공에 붕 떠서 꼼짝달싹 못하고 버둥거렸다.

“어떤 놈이야 빨리 내려놔라!”

그 순간 검은 구체 사이로 열린 미지의 공간에서 엄청난 세기의 번개가 순식간에 뻗쳐 나와 버둥대는 마수를 그대로 때렸다.

탄내만 남기고 모든 것이 사라진 후 의식이 돌아온 미진이가 뭔가를 중얼거렸다.

"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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