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프로그래밍하였는가?
나는 왜 네오인가?"
영화 '매트릭스'에 관하여
인간은 믿음을 갈구하고
기계는 믿음의 이유를
발명하다.
매트릭스 3부작을 내내 관통하는 메시지는
<인간, 기계, 선택, 믿음>이다.
스토리를 보면
어느 날
매트릭스의 운영 프로그램인
오라클은
네트에 접속한 인간 모피어스에게
예언을 전한다.
모피어스는 그것을 믿는다.
오라클은 마침내 삭제의 위험을 각오하고
믿음의 이유를 만들어 낸다.
네오를 통해.
(공각기동대가 인간의 기억과 실존의 문제를 다뤘다면 매트릭스는 인간의 믿음과 실존의 문제를 다룬다.)
네트에 접속된 매트릭스의 인간들을 지켜 본
오라클은 네트에서 뛰어난 해킹능력을 보인 앤더슨을 적임자로 선택한다.
빨간약은 매트릭스에서 깨어나는 각성제 같은 것이지만
사실 그것은 오라클이 만든 변환코드다.
그러니까 네오라고 명명된 그는 순수한 인간이 아닌 이제부터 오라클이 심은 코드가 작동하는 프로그램-인간이다.
나중에 찾아오는 네오에게 빨간색 사탕의 형태로 또 준다.
변환코드가 심어진 네오가 포기하지 않고
끝가지 그녀의 프로젝트를 실행해야 하므로.
오라클은 혼란스러운 네오에게
계속해서 각성을 선택한 이유와
목적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 너 자신을 알라 '
그녀는 '블레이드 러너'에서 데커드의 상관으로 나오는 개프처럼 네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아는 듯 하다.
스스로 인간으로 착각할 만큼 발전된 데커드처럼 네오도 점점 오라클에 대한 의심을 버리고 안정된 실행 프로그램이 되어간다.
네오가 드디어 '더 원' 즉 시스템의 통제를 벗어난 독립프로그램이 되자 오라클은 그 소스코드를 스미스에게 이식한다.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스미스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아키텍트의 획일화
정책이 결국 인간사회와 기계국가
전체를 멸망시킬 것이라 예상하고
거대한 프로젝트를 구상하였던 것이다.
만일의 실패를 대비해 인간과 시스템 양쪽
모두 호환이 가능한 프로그램 '사티'를
대안으로 삼는다.
오라클은 키메이커의 도움으로 시스템의 코어까지 도달에 성공한 네오(아키텍트의 입장에서 네오는 시스템오류를 제거하는 디버깅프로그램이다)와 무한 복제를 위해 코드를 바꾼 스미스를 모두 이용하여 아키텍트와 담판을 짓는다.
매트릭스의 실질적인 내러티브 메인프레임은
바로 오라클과 아키텍트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네오는 오라클이 만든 코드가 이식된
프로그램-인간이다.
영화 매트릭스는
겉보기엔 인간과 기계의 미래상을
가상현실이라는 소재를 통해 스펙타클하게
보여 준다. 하지만 기저를 관통하는 철학은
대단히 묵직하다.
인간의 믿음과 선택에 대한 고찰을
이끌어 내는 깊이를 품은 영화다.
사실 인간의 '믿음'은 구름과 같다.
믿음은 주관적이며 허상이다.
그러나 믿음의 이유를 만들어 내면
가상현실처럼 실체와 구분하기는
불가능해진다.
시온의 모피어스 같은 선구자가
믿음을 가지고 끝가지 밀어 붙이는
반면 오라클은 그 믿음의 이유를
네오를 통해 보여 준다.
네오 그 자체가 믿음의 이유임을
알겠는가?
인간사에서도
한 국가의 지도자는 그리고
그 지도자를 따르는 국민들은
항상 그렇게 해왔다.
국민은 국가 정체성이나 이념같은
집단적인 '믿음'을 신화처럼
전파하고 또 교육하고
지도자는 그 '믿음의 이유'를 필연처럼
확대 재생산해 왔다.
인간은 믿음과 목적 없이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존재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우연히 그리고
아무런 목적없이 이 지구에 태어났다.
움베르토 에코는 그의 소설에서
'장미는 사라지고 장미의 이름만 남았다.'
라고 했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간사를 전부 하나하나 들여다 보라
믿음은 바람처럼 실체가 없고 믿음의 이유만
낡은 깃발처럼 남아 있다'
영화 매트릭스는 믿음과 이유의 흔적 위에
가능한 긴 평화를 염원하며 끝을 맺는다.
"이제 어떻게 나를 리프로그래밍할 것인가?"
네오는 본인의 리프로그래밍 대신에
삭제를 선택함으로써 매트릭스 전체를
리프로그래밍 시킨다.
*비빔 박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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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데이터의 80%이상을
사람이 만들어내고
나머지 15-20% 정도를 기계가 생산하는데,
10년쯤 지나면 반대로 80% 이상의 데이터를
기계가 생산할 것이라고 한다.
*이병태 교수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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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가 폴 부르제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간은 믿음 또는 신념 없이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으면 믿음 또는 신념에 의해 움직이는 자에게 지배당한다.
지배당한 자는 지배자의 신념이 각인되어 조종당하지만 대개 피지배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피지배자에게는 주체적인 선택과 의지가 사라진다.
지배자는 믿음 또는 신념의 이유를 피지배자에게 끊임없이 각인시킨다.
그렇게 믿음 또는 신념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삶에 용의주도하게 개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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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 오라클의 마지막 대사
"하지만 믿었어...믿었어..." 는 바로
오라클이 <매트릭스 3부작> 서사 전체에
개입했다는 증거이다.
*비빔 박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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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KAIST 교수는 "우리는 사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선택하는데, 뇌는 이런 선택을 정당화하는 스토리를 만들어내 마치 내가 원해서 선택한 것처럼 착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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