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의 경우, 자신들의 부족함이나
'창피한 부분이 노출되었을 때 훨씬 쉽게
부끄러움을 타고 당황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때 행여 주변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 혹은
친구들이 그 부족함을 지적하면서 놀리거나
비난하거나 야단치거나 하면 그 아이의
수침심과 자책감 그리고 당혹스러움,
불안은 갑절로 커집니다.
이런 상태를 자주 겪다 보면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난 뭔가 결함이 있어",
"난 뭔가 부족해",
"난 별로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없어"
등의 부정적인 자기인식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렇게 부정적 자기인식이 강해지면
성장 과정에서 자신이 해낸 긍정적인 경험들,
축구에서는 자살골을 넣었지만
야구에서는 홈런을 쳤다든지, 철봉은 못했지만
그림을 잘 그려 아이들에게 만화를
그려주었다든지, 영어,수학을 못 해
엄마 아빠에게는 혼났지만 오락시간에
옛날이야기를 재미있게 하여 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든지 하는 식의 또 다른 작은 성취,
작은 승리의 경험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생겨납니다.
부정적인 자기인식이 가득한 그들의 뇌가
부정적인 자기인식에만 해당되는 안 좋은 경험,
부정적인 경험만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런 아이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삶이
거의 대부분 스몰 트라우마의 경험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A양의 경우도 그러했습니다.
A양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친구네 집에서
평소 갖고 싶었던 장남감을 자기도 모르게
슬쩍 가지고 나오다가 친구 엄마에게
걸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 엄마는 "그게 그렇게 갖고 싶었어?
그럼 이번에는 줄 테니까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면 안 된다."
하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 그 집에서 친구 엄마의
반지가 없어지자 그 친구의 엄마는
A양을 의심하여 직접 집으로 찾아와
A양과 부모에게 따졌습니다.
물론 A양은 반지를 훔치지 않았지만
A양의 부모님들은 정말로
딸을 의심하면서 밤새 때렸다고 합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된다." 는
말이 있는데 A양이 그 전에도 장난감을
훔쳤으니 이번에 반지도 분명 A양이
훔쳤을 것이라고 부모님들이 쉽게
단정해버린 것이지요.
A양은 그때 자신을 의심하며 때렸던
부모의 말과 표정을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뭐 저런 게 다 있나?
어린애가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얘가 아주 본성이 나쁜 거야."
어린아이가 밤새 엄청나게 맞았으니
맞은 곳이 무척 아프기도 했겠지만,
A양은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자신을 창피해하고 본성이
나쁜 아이라고 한 말이 지워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 A양은 자신은 천성이 나쁘고
교활한 아이라는 생각을 늘 마음속에
갖고 자랐다고 합니다.
오빠나 동생과 싸울 때마다 부모님으로부터
천성이 나빠 형제들과도 사이좋게
지내지 못한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랐습니다.
성인이 된 현재 A양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A양은 30대 중반이지만 아직 미혼입니다.
좋아하는 남자들이 있었지만 자신은 천성이
나쁜 아이이기 때문에 결국은 남자들이 자기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깊게
사귈 수가 없었습니다.
천성이 나쁜 자신보다는 항상 부모님,동생과
오빠의 일부터 늘 챙겨주고 주변에 있는
친구들에게 모든 것을 다 맞추어주는 삶을
살면서 부담스러움에 힘들고 버거워합니다.
푸그녀는 늘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고
원죄의식에 가까운 죄책감을 갖고 있기에,
또한 자기는 천성이 나쁜 아이라는
비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감추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일보다는 다른 사람의
일부터 챙기는 것이 삶의 주된 관심사가
되어버렸습니다.
누구에게도 자기주장을 못 하기 때문에,
그녀는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주로
폭식하는 것으로 풀고 있었스니다.
그녀의 과다 체중과 폭식의 이면에는
이렇듯 어린 시절 받은 스몰 트라우마로
인해 각인된 부정적 자기인식이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죠.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거나 곤경에 처해
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아이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스몰 트라우마의
상당 부분은 어쩌면 부모로부터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데 왜 트라우마를
주느냐고요? 사랑하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가
크다 보니 오히려 그만큼 실망이 더 큰가 봅니다.
부모님 자신의 실망감이 크기 때문에
당황해하고, 위축되고, 야단맞을 것 같아
두려워하고 있는 아이의 마음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겠죠.
그래서 따뜻하게 위안을 해주는 말보다 실망감
에 야단을 치게 되는 거죠.
야단을 치지 않는다는 부모님들이 계신데,
그분들의 경우에는
"괜찮아 ! 다음에 잘하면 돼지?"라는
얼굴 표정 대신
"제가 도대체 왜 저 모양이지?"라는
표정을 먼저 짓게 되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계신 경우가 많죠.
아이들에게도 세상은 참 스몰 트라우마를
받기 쉬운, 험난한 곳인가 봅니다.
(김준기,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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