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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한국교육은 왜 비판적인 생각을 억압했는가

by Ganze 2017. 5. 7.

왜 대한민국은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교육을
단 한발짝도 내딛지 못했을까
누가 그것을 막았을까
체제 불응과 전복을 두려워한
권력자들이 그랬을까
가져온 학문적 얕음을 숨기려는
해외 유학파 및 지식 기득권층들이 그랬을까
누가 그랬을까

*비빔 박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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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왜 수용적 학습을 할까?
왜 교사의 말을 무작정 받아들일까?
이유는 간명하다. 그래야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 방식이 학생들의 행동을 좌우하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서 보여 준 바 있다. 서울대 최우등생들은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께 맞춰서, 그러니까 교수님께서 어떻게 문제를 내시는지 맞춰서 공부해요."
"시험 볼 때는 교수님들 스타일에 따라서 공부하는 거죠."
대학에서는 교수가 시험 방식을 전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서울대 최우등생들은 교수의 성향에 맞추어 학습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초.중.고교에서는 교사가 시험 방식을 자유롭게 결정하지 못한다. 시험 방식이 국가교육과정에 따라 정해지므로 오히려 교사들도 시험 방식에 좌우된다. 교사들이 일방적 수업을 하는 이유도 그래야 학생들이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은 이렇게 큰 힘을 가진다. 당연한 일이다. 시험 문제는 평가 기준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쪽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학생이나 교사에게 왜 그러냐고 타박해 보아야 소용없다. 어차피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지금 우리의 시험이 수용적 학습과 일방적 수업에 유리하도록 설계된 탓이다. 학생이 비판적 창의적 학습을 하기를, 교사가 비판적 창의를 수업을 하기를 바란다면 시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많은 교사와 학부모가 새로운 교육을 해 보려고 애쓰고 있다. 혁신 학교들은 일부 미흡한 점도 있지만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고등학교로 갈수록 동력을 잃는다. 웬만한 배짱이 아니고서야 대입시험을 포기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교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교육 개혁을 해 보려 해도 할 수가 있나요. 당장 대입이 닥치면 학생들은 그거에 맞춰서 공부할 수밖에요."
또 학부모들은 이렇게 말했다.
"다르게 키워 보고 싶었지만 저도 어쩔 수 없더라고요. 애가 나중에 엄마 아빠 때문에 대학 못 갔다고 원망할 수도 있잖아요."
이쯤 되면 대입시험은 마치 블랙홀 같다. 교육 개혁을 위한 모든 노력을 집어삼키는 블랙홀.
그런데 생각을 비틀어 보면, 그렇기 때문에 해결책이 간단할 수 있다. 대입시험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지금까지 교육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차례 대입 시험을 바꾸었지만 그것은 결코 충분한 시도도, 옳은 시도도 아니었다. 본질은 그대로 둔 채 무늬만 바꾸는 수준에 머물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 교육 시스템에 존재한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시험이다.

*이혜정, '대한민국의 시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