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보지 말고
보이는 대로 봐라
우리는 트럼프에게서 보고자 한 것만 보았다
미국 백악관 입성에 성큼 다가 선 도널드 트럼프의 선전은 미 언론은 물론이고 한국 언론들에도 충격적이다. 그동안 우리 언론은 드러내놓고 트럼프를 엉뚱하고 괴이한 후보쯤으로 보도하는 데 앞장섰다. 여기에는 트럼프가 당선되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기저의식으로 깔려있었던 게 사실이다.
우리 언론 대부분이 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바로 트럼프한테서 보고자 하는 것만 보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의 괴이한 언사는 우리 언론에 열심히 보도된 그대로다. 그가 당선되면 대미관계에서 우리 입장이 불편해질 것이 자명하다. 주한미군 분담금을 더 내라고 할 게 분명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자고 나설 게 뻔하다. 철저하게 미 국익 위주로 우리측에 부담을 지우려 들 것이다.
사실 미국인들,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 미국 사회의 주류라고 여겨온 온 중산층 이하이면서 학력은 그저 그런 백인들의 시각이다. 그들은 미국이 ‘세계 경찰’을 한답시고 주한미군을 포함해 해외에 돈을 쏟아붓고 히스패닉 등 불법 이민자들을 받아들여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미국 소비재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중국은 자유무역의 단물만 쏙 빨고 책임은 제대로 지지 않는다고 여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그들의 불신은 예상외로 깊다. 그게 트럼프 현상이고 버니 샌더스 현상이었다.
물론 우리 언론도 그런 현상에 주목하며 미국 정치지형의 변화 가능성을 무시한 건 아니다. 하지만 미국 대선 판도까지 뒤집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거기에다가 미국 언론의 거의 대부분이 트럼프 때리기에 나섰다. 미국 언론계는 진보적인 선향이 강하다. 미국이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는 예외주의에 대한 신념이 미국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철석같다. 지금도 매일 백악관과 국무부의 일일 브리핑에서는 미국 국내뿐 아니라 중동, 아시아, 유럽의 이슈가 다뤄진다. 미국 정치와 언론이 그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주류의 생각이고 거기에 대한 반작용이 ‘아웃 사이더’인 트럼프와 샌더스의 돌풍이었다.
트럼프로서는 불리한 환경에서 대선을 치른 게 사실이다. 언론이 왜곡 편파보도를 일삼는다고 불평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트럼프 유세현장을 경험한 이들은 심상치않은 분위기를 일찌감치 감지했다. 클린턴의 유세는 실내 강당에서 지지 당원 수백명, 기껏해야 수천명을 대상으로 하는 게 보통이다. 트럼프 유세장에는 야구경기장처럼 대규모 장소에서 록스타 공연을 방불케 할 정도의 수만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룬다. 자발적으로 유세장을 찾은 이들이다. 결집도가 클린턴 측을 능가한다. 이번에 조기투표율이 높았을 때 이미 심상치 않았다.
힐러리가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지 않았느냐고? 여론조사에 함정이 있었다. 트럼프의 여성 비하 등 독설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자신이 트럼프 지지자임을 선뜻 드러내지 못한다. 이번 대선에서 부동층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7일 삼성언론재단과 한국기자협회 주최의 ‘미국 대선판, 어떻게 읽을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번 미국 대선은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대결이 아닌 기득권층과 아웃사이더 간의 대결이기 때문에 분노한 백인 남성 노동자 계급이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미국 언론에 보도되는 트럼프의 말실수나 여성편력 같은 기이한 행동은 여과 없이 우리 언론에 실렸다. 우리 국민도 부지불식간에 트럼프는 당선되면 큰 일 날 괴물로 인식해 온 것이다.
미국 유수 언론사 기자인 한 지인은 “트럼프가 될 것 같다. 내일 아침 새로운 미국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도 트럼프가 이끌 미국에 대비한 면밀한 외교정책 수립이 절실해졌다.
*세계일보 박희준 논설위원 글 중에서
'이슈 & No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크릿가짜 대한민국 (0) | 2016.11.18 |
---|---|
Not my president !! (0) | 2016.11.10 |
이럴려고... 대한민(民)은 기절하고 국(國)은 죽었다 ... (0) | 2016.11.09 |
굿바이 보스 (0) | 2016.11.07 |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 낭과 패 (0) | 2016.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