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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Now

한국산 명품타격기계

by Ganze 2016. 8. 5.

(사진은 게티이미지에서 가져옴)

고난을 이겨내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는
타자가 된 김현수.
이제는 볼티모어 팬들도 메드인 코리아 타격기계를 열심히 응원한다.

 

 

[조미예의 MLB현장]

# 01. 

시즌 4호 홈런, 시즌 16번째 멀티히트, 시즌 타율 0.335를 기록하고 있는 김현수(볼티모어)는 아직도 완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제한적인 기회 속에서도 꾸준히 제 몫을 해주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현수인데, 정작 본인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하니 말이죠. 보이는 기록면에선 슬럼프가 아닐 수도 있지만, 원하는 스윙이 ‘완벽하게’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기록상으로 보면 시즌 시작하고, 슬럼프를 겪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깊은 슬럼프를 겪었고, 지금도 약간의 슬럼프라고 생각한다. 안타가 나온다고 해서 슬럼프가 아닌 게 아니다. 중요한 건 타석에서 스윙이 얼마나 좋아지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스윙, 자신 있는 스윙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도 약간의 슬럼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꾸준함이 돋보이는 선수 김현수. 그 꾸준함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가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기록과 타석에서의 스윙이 흡족할 때 비로소 ‘잘한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

 

5일(이하 한국시간)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Oriole Park at Camden Yards)에서 열린 텍사스와의 3차전에서 김현수는 4타수 2안타(1홈런 포함) 2삼진을 기록했습니다. 

첫 번째 타석에서 넓디넓은 스트라이크 존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두 번째 타석에선 적극적이지 못해 삼진 아웃을 당했다는 게 김현수의 생각이었습니다. 

“이미 첫 번째 타석에서 스트라이크 존이 넓다는 걸 파악했다. 아쉬운 판정이었지만, 두 번째에선 스트라이크가 맞았다. 알면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스윙하지 못한 게 아쉽다.”

 

첫 번째 타석에 오른 김현수가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놀라고 있다. 

# 02. 

이미 파악된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 그다음 타석에선 알면서도 치지 못한 아쉬움. 첫 번째와 두 번째 타석의 아쉬움을 세 번째 타석에서 시원하게 날려버렸습니다. 6회말 선두 타석에 오른 그는 상대 투수 그리핀의 초구(체인지업)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긴 것입니다. 

홈팬들 앞에선 처음 쏘아 올린 홈런포였습니다. 

타구가 시원하게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캠든 야즈는 주황색 물결이 일었고, 김현수는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베이스러닝을 했습니다. 2-4로 뒤지고 있던 6회 추격의 솔로포였기에 팬들을 더 열광하게 하였습니다. 

 

이 모습을 찍고 있던 기자는 개막전에서 들었던 ‘Boo~’라는 야유가 떠올랐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시즌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에서 홈팀 선수를 향해 야유라니. 

 

홈 개막전에서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은 김현수. 전무후무한 일이 될 것입니다. 당시 ‘Boo~’라는 야유를 ‘Soo~’라는 응원으로 바꿔가면 된다는 격려의 글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팬들의 반응도, 구단의 입장도, 무엇보다 김현수의 당당함과 여유가 느껴집니다. 

이제 그의 발걸음은 당당합니다.  

 

표정에서 여유까지 느껴집니다.

하지만 김현수는 홈구장에서 기록한 첫 번째 홈런에 대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라고. 

팀 승리로 이어지는 홈런이 돼야 했는데, 지는 홈런이라 아쉬웠다는 것입니다. 팀이 패하는 바람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다고 했지만, 홈런을 치고, 1루를 지나, 2루, 3루, 그리고 홈플레이트를 밟은 순간까지 현장에서 느낀 감동은 특별함 그 이상이었습니다. 팬, 동료, 스텝들까지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홈런을 기뻐했습니다. 

 

벅 쇼월터 감독 역시 마음껏 축하합니다. 

 

무엇보다 현지 팬들이 진심으로 김현수를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야유를 퍼붓던 그곳에서 ‘현수’라는 한국어가 또렷이 들리고, ‘김현수’라는 한글로 쓴 응원 문구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격세지감이란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최악에서 최고를 만들어가고 있는 김현수. 그는 이제 볼티모어의 사랑받는 선수가 됐습니다. 오직 실력만으로. 

# 03. 

 

김현수가 홈런을 날리고, 더그아웃에 들어오자 동료들은 격하게 축하를 합니다. 그들이 먹던 해바라기 씨와 풍선껌은 모조리 김현수에게 쏟아부었습니다.  

 

알바레즈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정조준해 풍선껌을 던집니다. 

 

해바라기 씨가 남아나질 않습니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추격의 솔로포를 날린 김현수는 동료들의 환대에 웃음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더그아웃 제일 끝에 있던 애덤 존스의 축하를 마지막으로 받으며 홈런 축하 세레머니는 끝이 나는듯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그를 향한 축하는 끝나지 않았고, 해바라기 씨는 또다시 그의 얼굴을 가격했습니다. 

 

게토레이 마시는 모습까지도 짠하게 보였던 그때. 이제는 그때 그 시절이 까마득합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가 ‘여유+밝음’으로 확 바뀌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팀이 승리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한 김현수는 여전히 타격 기계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볼티모어 타격 기계 김현수는 made in Korea입니다. 

[조미예의 MLB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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