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 & Now

이중구속(Double bind)과 답정너

by Ganze 2015. 4. 30.

이중구속 Double bind

미국에서 활동한 영국 태생의 문화인류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1904∼1980)이 조현증(정신분열증)에 관해서 1950년대에 제시한 이론으로, 몸을 꼼짝도 할 수 없는 정신상태를 말한다. 
예컨대 어머니가 아이에 대해서 무언가를 하도록 말하고, 동시에 그것을 부정하는 듯한 몸짓을 한다. 그러면 아이는 이중으로 구속된 상태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을 이중구속의 상태라고 한다. 
<네이버지식백과>

예를 들어 자식에게 극히 냉정한 태도를 보이면서 입으로는 "사랑한다"를 반복하는 부모를 떠올려보자. 어린아이는 부모의 진의가 무엇인지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하게 된다. 베이트슨은 조현병(정신분열증)이 이중구속 상황과 관련있다고 생각했다. 이론의 맥락에서 이중구속은 인간의 내면을 무너뜨릴 정도로 파괴적인 기제다.

일상에서 이중구속 상황도 대개 그렇다. "기탄없이 비판해주기 바란다"고 해놓고 정작 기탄없이 비판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조직, "먹고 싶은 요리 다 시켜! 난 짜장면"이라 말하는 직장 상사 등이 흔히 볼 수 있는 이중구속의 주체다. 그뿐만 아니다. "기레기"를 욕하고 <뉴욕 타임스>를 숭앙하면서도 국내 언론에서 나온 의미 있는 탐사보도와 기획기사는 철저히 외면하는 '대중' 역시 다르지 않다. "막장 드라마"라 욕하면서 그 막장극 꼬박꼬박 다 챙겨보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이런 이중구속은 '논리적인 모순이기에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아니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암묵의 명령이다. '답정너'의 이중구속 상황은 인간 정신을 파괴한다기보다 알아서 기도록 길들인다. 단지 애인의 비위를 맞춰주는 차원이면 괜찮다("나 살쪘나봐 어떡해" "아니거든, 너 완전 날씬하거든!"). 하지만 이중구속 상황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면 웃어넘길 문제가 아니다.
<박권일, 한겨레신문 칼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