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수 교수 "창조경제는 하브루타 없이 불가능"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는 등 이스라엘을 모델로 한 창조경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유대인 교육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유대인들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물들을 다수 배출한 민족으로 명성이 높다. 자연스럽게 그런 인재들을 양성해낸 유대인들만의 교육법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하브루타' 라는 유대인교육법을 연구해 보급하고 있는 하브루타교육연구소 전성수 소장(부천대 유아교육과 교수)을 만나 실타래처럼 헝클어진 한국의 교육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 교수는 25년 경력의 학교교육 전문가답게 한국의 교육 문제를 아주 간단하게 정리했다. "한국의 학교교육은 '듣고, 외우고, 시험보고, 잊어버리고'를 반복한다"면서 그는 이런 비효율적인 교육이 현재까지도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대인들은 3,500년간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토론·논쟁하는 하브루타교육을 꾸준히 실천해 오면서 노벨상 30% 등 세계최고의 민족으로 우뚝 서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하브루타는 짝을 지어 대화를 통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이기 때문에 효율성이 90%에 이르는 매우 좋은 방법"이라면서 교사 중심의 일방 강의식 교육보다 무려 18배나 높은 효율성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하브루타 없이는 큰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창조경제는 후츠파 교육에서 비롯되는데 후츠파는 하브루타 없이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전성수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1. 하브루타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유대인이 세계 0.2%의 인구를 가지고 노벨상 30%를 비롯하여 하버드를 비롯한 아이비리그 30% 정도를 차지하고, 금융과 경제, 법률 등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핵심에 하브루타가 자리하고 있다. 하브루타는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며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태아시기부터 부모와 대화하는 것이 일상적인 문화다. 특히 중요한 절기 중 하나인 안식일에는 모든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오래도록 하브루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유대인의 핵심 전통이다.
2. 하브루타를 연구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나는 초등학교 교사를 했고, 중등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다섯 개의 서로 다른 대학교에 다녔고, 대학의 유아교육과에 재직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유아와 초등, 중등, 대학 교육을 골고루 아주 다양하게 접해왔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우리 교육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안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그 연구 결과로 내려진 한국교육에 대한 진단은 '복수당하는 부모들'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이 '하브루타'이다. 나는 이 단어를 접하자마자 유레카를 외쳤으며, 그 뒤로 미친 듯이 책을 읽었고 이스라엘과 미국의 유대인들을 방문하면서 하브루타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3. 하브루타가 우리 교육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우리의 교육은 한 마디로 '듣고 외우고 시험보고 잊어버리고'의 끊임없는 반복이다. 우리는 공부하고 시험보고 잊어버린다. 학교와 학원에서 열심히 듣고, 혼자서 공부방이나 독서실에서 혼자 고립되어 공부한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쌓은 지식들은 스마트폰 하나면 해결된다.
하브루타는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교육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이다. 아주 단순해 보이는 이 개념은 지식을 지혜와 고등 사고력으로, 암기에서 토론으로, 성적을 실력으로, 하나의 정답을 다양한 해답으로, 듣는 교육을 묻는 교육으로, 고립된 공부를 소통하는 공부로, 지겨운 공부를 즐거운 공부로, 타율적인 교육에서 자기주도적 공부로 바꾸는 핵심 비결이다.
하브루타는 한국교육을 바꾸는 핵심 키워드다. 하브루타는 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데 정작 공부를 싫어하게 만들고, 세계 올림피아드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데 그와 관련된 노벨상은 탄생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해결책이다. 자녀들의 교육에 목숨을 걸고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정작 그 자녀들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한국의 복수당하는 부모들에 대한 해결책이기도 하다.
4. 유대인의 하브루타가 한국인의 하브루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유대인의 문화에 기반을 둔 하브루타를 전혀 다른 한국의 교육문화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럼 나는 이렇게 되묻는다. "그럼, 지금처럼 교육을 '듣고 외우고 시험보고 잊어버리고'로 그냥 방치해 두는 것이 좋겠는가?" 변화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시도해야 한다. 그 시도는 '나부터, 지금부터,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부터' 실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가정에서는 자녀와 사랑의 유대관계를 회복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와 함께 놀고, 아이의 말을 공감하면서 들어주어야 한다. 지시와 요구를 질문으로 바꾸어 아주 작은 일상적인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교사가 설명하고 전달하는 교수법에서 벗어나 질문하고 토론하여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실천하는' 방향으로 교수법을 전환해야 한다. 이제 정해진 지식을 교사는 전달하고 학생은 외워서 시험 보는 교육을 시급히 전환해서, 학생이 질문을 가지고 토론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찾아 공부하고 그것을 짝과 토론하면서 나누고 소통하는 교육으로 바꿔가야 한다.
5. 질문의 문화가 한국에선 매우 이질적입니다. 한국에 질문과 토론의 교육이 왜 중요한가요?
한국 교육은 '학습 피라미드'(learning pyramid) 하나만 제대로 이해해도 바로 선다고 생각한다. 학습 피라미드는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한 다음에 24시간 후에 남아 있는 비율을 피라미드로 나타낸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공부는 남을 가르치는 공부로, 90%의 효율을 갖는다. 친구를 가르치는 공부는 강의를 듣는 공부보다 18배(5%대 90%)의 효율성을 갖는 셈이다. 유대인들이나 핀란드교육이 우리보다 공부를 덜하고도 성공하는 이유는 이런 공부의 효율성 때문이다.
친구와 토론하고 질문하면서 서로 가르치는 소통의 공부가 바로 하브루타다. 하브루타는 90%의 효율성을 가진 최고의 공부방법인 것이다.
6. 접목하시면서 어려운 점 또는 수월한 점이 있다면?
하브루타는 이미 가정, 학교, 경영 등 여러 방면에서 접목되고 있다. 가정에서 자녀와 질문을 통해 대화하는 문화가 시도되면서 가정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 학교의 경우 대구에서는 몇 개의 교사 동아리를 만들어 교사마다 교실에서 하브루타를 접목하고 있으며, 부산에서도 직무연수가 진행되었으며, 벨국제학교를 비롯하여 여러 학교에서 하브루타를 접목하고 있다.
하브루타가 한국에 접목되는데 가장 큰 어려운 점은 대학 입시 중심의 교육이다. 선다형의 객관식 시험은 공부를 단순하게 외우는 형태를 강요한다. 모든 국민들이 교육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미래의 세계가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은 변할 수밖에 없으며, 이제는 미리 선점하여 기다리느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느냐만 남아 있다고 본다.
7. 하브루타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창조경제는 유대인의 벤처정신인 후츠파에 근거한다. 후츠파는 시도하고 도전하는 개척정신을 말한다. 그런데 후츠파는 창의교육 없이는 결코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이 창조경제의 걸림돌로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것이 지식전달 암기 중심의 교육이다. 원래 후츠파는 하브루타 토론에서 온 것이다. 유대인의 예시바에서는 둘씩 짝지어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학생들끼리 하루 종일 공부하는데, 그 때의 짝은 전혀 안면이 없는 사람과 하는 경우가 많다. 즉 예시바에 들어가서 아무나 짝이 되어 토론하는데 여기서 등장한 것이 후츠파인 것이다. 그러므로 후츠파는 하브루타 없이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금의 창조경제가 겉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며, 창조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을 비롯한 교육부터 질문하고 토론하고 체험하고 협동하면서 소통하는 하브루타 교육으로 바꾸어야 한다.
8. 교수님의 가정에선 자녀들과의 하브루타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가정에서 하브루타를 실천한지 벌써 4년째가 되어가고 있다. 토요일 저녁마다 가족하브루타를 한다. 가족들 서로간에 축복을 하고,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서로 대화와 토론을 통해 나누며, 토론 주제를 놓고 때론 치열하게 논쟁한다. 하브루타는 가족들끼리 대화를 통해 행복을 가져오고, 질문과 토론을 통해 자녀들의 사고력을 계발해서 성공으로 이끌며, 분명한 가치관과 안목, 통찰력을 기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9. 유대인교육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분들도 있는데?
유대인들에게 배울 것은 배우고 경계해야 할 것은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우수한 면만을 받아들이면 된다. 그 중에 핵심이 하브루타다. 하브루타는 유대인들의 3,500년 역사를 통해 이미 임상에 성공한 교육법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확실한 증명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인터넷 한국일보 기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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