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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Now

조용필, 음악과 전율의 시대를 되살리다.

by Ganze 2013. 4. 17.





조용필의 컴백 성공이 주는 의미

'묵은 장맛'이라고 했다. 발효식품은 오래될수록 맛이 깊어지고 그래서 품질이 명품이 된다. 김치가 그렇고 간장이 그렇다.

'가왕', 즉 '노래의 왕' '가수의 왕'으로 불리는 조용필(63)이 바로 그 묵은 장맛같은 농도 짚은 뮤지션이다.

영미 팝계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뮤지션으로 비틀즈를 꼽는 이유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와 'White Album' 단 두 장의 앨범에 향후 유행할 록의 모든 하위장르의 음악을 담았고, 그래서 그 후 수많은 뮤지션들이 비틀즈의 길을 따랐기 때문이다.

조용필을 가왕이라 칭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가요계에 조용필이 유일한 가왕인 이유는 그가 모든 장르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미자는 트로트, 패티김은 스탠다드 팝 등의 특정 장르에 한정돼있지만 조용필은 트로트 국악 록 재즈 블루스 퓨전재즈 등 모든 장르를 넘나든다. 어느 장르에서건 막히는 법이 없이 출중한 실력을 뽐낸다. 그래서 그가 위대한 것이다.

그의 위대함은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16일 10년 만에 발표한 신곡 '바운스'가 국내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정규 19집 앨범 '헬로' 발표에 앞서 싱글커트하듯 미리 공개한 음원 '바운스'가 공개 25시간 만에 국내 9대 음악 사이트 가운데 8곳에서 정상에 올랐다. 아이튠즈 42개 국가에서 1위를 하고 최단 기간에 유튜브 조회수 1억뷰를 달성하는 등 대기록을 써가는 월드스타 싸이의 신곡 '젠틀맨'을 단숨에 2위로 끌어내렸다.

'바운스'는 17일 오후 1시 현재 엠넷, 올레뮤직, 벅스, 소리바다, 네이버뮤직, 싸이월드뮤직, 다음뮤직 등 8곳의 실시간 음악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유일하게 정상에 오르지 못한 곳은 멜론인데, '젠틀맨'에 이어 2위를 달리고고 있다.

'바운스'는 음악성과 대중성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연한 결과다. 일렉트릭 기타와 신시사이저를 앞세우고 드럼으로 뒤를 받치는 전형적인 록의 편곡으로 구성돼있는데 특히 30여개의 코러스 트랙과 일렉트릭 기타가 합류하는 후렴구가 압권이다.

조용필의 새 앨범은 오는 23일 발매된다. 조용필이 새 정규 앨범을 내는 것은 2003년 18집 '오버 더 레인보우'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 10년간 꽁꽁 묵혀둔 그의 음악성이 그 지리한 인고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숙성돼 표현할 '묵은 장맛'은 확인해볼 필요도 없는 명품일 것이다. '바운스'의 돌풍이 그 증거다.

음원시장은 예전의 음반시장과 달라 10~20대의 취향대로 움직인다. 그런데 환갑을 훌쩍 넘긴 늙다리 아저씨 조용필의 신곡이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도 없이 돌풍을 일으킨다. 이것은 음악성의 승리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음악성이 대중성과 상업성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용필을 공부해볼 필요가 있다. 왜 그가 위대하고 왜 그의 노래가 월드스타 싸이의 노래를 능가하는가?

조용필은 원래 기타리스트로 출발했다. 그가 활동하던 초창기는 미8군 무대에서 비롯된 밤무대가 유행이었고 대다수 뮤지션이 그곳에서 밴드로 음악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보컬리스트가 건강이 갑자기 나빠져 결근하게 되자 조용필이 대타로 무대에 올라 앨 그린의 블루스 명곡 'Lead Me On'을 불렀고 한마디로 그것은 대박이었다.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조용필은 보컬리스트로 전향했다.

블루스와 록을 추구하던 조용필은 국내 가요계의 동향에 따라 1976년 트로트고고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히트시키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라섰다. 그리고는 대마초 파동에 휩싸여 무대를 떠나야 했다.

그리고 그는 3년만에 돌아왔다. 라디오 연속극 주제곡 '창밖의 여자'를 타이틀곡으로 한 정식 1집앨범을 내고 가요사상 전무후무한 전곡의 히트라는 기록을 낳았다. 당시에는 음반 속에 꼭 건전가요 한 곡을 집어넣는 게 의무사항이었고 '창밖의 여자'도 예외 없었는데 이 건전가요 한 곡을 뺀 9곡 전곡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조용필은 앞서가는 뮤지션으로 유명하다. 그가 '단발머리'에서 처음으로 전자드럼을 도입한 게 좋은 예다.

게다가 그는 전술했다시피 전방위 장르를 수용했다. '단발머리'같은 첨단음악을 발표하는가 하면 국악 '한오백년'을 정통적으로 계승하는 한편 '큐' '그 겨울의 찻집'같은 성인음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서 조용필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전계층에 거쳐 고른 팬을 보유하고 있다.

조용필이 위대한 것은 그가 노래를 잘 부르는데다가 뛰어난 기타리스트인 동시에 훌륭한 싱어 송라이터라는 점이다. 더 나아가 그는 자신의 음반을 직접 프로듀싱한다. 한마디로 전천후 뮤지션이다. 원맨밴드도 가능한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뮤지션이 조용필이다.

조용필은 19집 발매와 동시에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기념 쇼케이스를 갖는다. 조용필이 쇼케이스는 여는 것은 가수 생활 45년 만에 처음이다. 자우림, 박정현, 국카스텐, 버벌진트, 팬텀, 이디오테잎 등 후배 뮤지션들이 함께할 예정이다. 또한 다음달 31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에서 공연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돌입한다.

아이돌가수의 활동반경은 TV라는 바보상자 안에 갇혀있다. 신곡을 발표하면 TV를 통해 홍보하는 게 교과서적 공식이고 TV 음악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게 활발한 활동방식이다.

하지만 조용필은 다르다. 그는 바보상자와 타협하지 않고 무대 위에서 직접 노래하고 연주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호흡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음악을 한다. 가수라는 직업은 무대 위에서 팬들을 향해 직접 노래부르는 것이다. 뮤지션은 자신의 열정적인 연주로 청중과 호흡하는 직업이다. 조용필은 그래서 대한민국이 아끼고 계속 보호해야 할 몇 안 되는 진정한 뮤지션이다.

컴퓨터로 편곡하고 반복적인 리듬과 멜로디 그리고 가사로 포장한 후크송으로 전세계 젊은층과 호흡하는 싸이가 수출용이라면 조용필은 우리 음악의 전통을 계승발전시키고 전연령층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내수를 활성화하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국보급 문화재같은 음악인이기 때문이다.
[티브이데일리 기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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