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K팝스타2’ 우승팀인 악동뮤지션은 우리 가요계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를 작곡하고 가사도 공감 가게 만드는 어린 뮤지션이 발굴됐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이런 뮤지션으로 버스커버스커가 이미 탄생했는데, 이들보다 더욱 젊은 악동뮤지션이 여기에 목록 하나를 추가하게 됐다.
악동뮤지션 같은 가수는 그동안 퍼포먼스가 강한 아이돌 가수의 시장에 가려 빛을 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뮤지션이라고 해서 아이돌보다 낫다고 보면 오산이다. 아무리 자기 색채가 강한 뮤지션이라도 음악이 좋아야 하고 대중과 소통을 이뤄낼 수 있는 감성을 지녀야 한다.
악동뮤지션은 10대가 만들고 부르는 음악이지만 중년들도 매우 좋아한다. 이들은 ‘다리 꼬지마’ ‘매력 있어’ ‘크레센도’ ‘착시현상’ ‘라면인 건가’ 등 자작곡을 내놓을 때마다 기성 가수들의 음악과 겨뤄도 음원 최강자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이건 매우 어려운 일이자 진기한 현상이다. 오디션 심사위원들은 참가자에게 웬만 해서는 시청자에게 낯선 노래일 수밖에 없는 자작곡을 부르게 하지 않는다. 그만큼 이들의 감성이 버스커버스커처럼 남녀노소에게 골고루 어필하는 힘이 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기성곡도 이들에게 가면 새로운 편곡이 가미돼 그들만의 색깔이 담긴 노래로 탈바꿈한다. 악동뮤지션이 지난 7일 결승에서 부른 ‘뜨거운 안녕’에서 만든 랩 가사는 양현석이 한 편의 시(詩)라고 극찬했듯이,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꿈을 이룬 자리에서/오늘을 추억이라 할 수 있을/그 날이 어서 오길‘. 이찬혁 군이 ‘K팝스타2’에 참가한 후 선배들이 한 명씩 떠나가며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낸 가사는 상징과 비유의 문학적 스타일이 아니라 느낀 바를 그대로 말하는, 디지털 세대의 구어체 문학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청아한 목소리면서도 소리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는 이수현 양의 보컬이 잘 어우러진다.
선교사 부모를 따라 몽골로 이주해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받던 악동뮤지션은 ‘K팝스타’를 꿈을 생기게 해준 곳, 꿈을 만들어준 곳이라고 했다. 이들은 14일 방송된 SBS ‘K팝스타2-스페셜 방송’을 끝으로 몽골로 돌아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SM·YG·JYP 중 한 곳을 택해 전속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악동뮤지션의 탄생은 연습생을 받아 트레이닝하는 아이돌 기획사에 위협과 자극을 동시에 준다. 아이돌도 변화하지 않으면 국내 무대에서도 도태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또 아이돌의 기획상품이 과거만큼 파워풀하지 못하고, 심지어 자기복제라는 소리도 듣게 됐다.
악동뮤지션의 탄생은 향후 한류전략과도 연계되는 지점이 생겼다. 악동뮤지션이 오디션에서 1위를 했다는 것은 음악 소비자의 시선과 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해졌다는 걸 의미한다. 진짜와 가짜, 그럴듯함과 어설픔,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것과 남을 흉내내는 것을 확실하고, 정교하게 가려낼 줄 안다.
자동차를 만들어내면서 내수용과 수출용을 다르게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같은 차종인데도 수출용은 내수용에 비해 옵션이 더 다양하고 재질도 더 좋은 것으로 만들었다. 자동차를 바라보는 내국인의 수준이 떨어지던 때였다.
문화 상품도 마찬가지다. 외국을 겨냥해 만든 상품이란 말 자체가 웃기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팔려고 내놓은 노래인데, 외국에서도 먹히더라! 이런 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악동뮤지션의 탄생도 우리의 문화소비 수준을 올려준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악동뮤지션과 버스커버스커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싶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헤럴드경제 기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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