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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 Mash up

왜 영화에선 항상 주인공이 이기는 걸까?

by Ganze 2011. 8. 3.

할리우드가 만든
SF 영화, 액션 영화, 서부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이 깨지지 않는 불문율은 '해피 엔딩의 나라' 할리우드에서만 통하는 법칙이다.
주인공은 끝까지 살아남아 악당들을 모두 쳐부순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개런티를 많이 준 주인공을
영화 중간에 죽일 수 없기 때문일까
? 주인공을 좋아하는 관객들을 위한 '제작자의 배려'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 이 문제에 관해 재미있는 일화 하나가 있다. 20세기 초는 고전물리학의 껍질을 뚫고
새로운 양자물리학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 '반란'의 중심지는 덴마크의 코펜하겐에 자리한 이론물리학
연구소였다
. 그곳에서 닐스 보어를 중심으로 하이젠베르크나 페르미, 가모브같은 훗날 위대한 물리학자
가 될 젊은이들이 모여서
'미시 세계를 기술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양자역학의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했다
.

코펜하겐의 젊은 물리학자들과 보어는 금요일 저녁이면 함께 영화를 보곤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그들은 할리우드에서 만든 서부 영화 한편을 보게 됐다
. 영화를 보고 난 후 그들은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점에 대해 토론을 하게 되었다
. 그것은 '왜 주인공은 언제나 악당들을 물리치고 이기는가' 하는
문제였다
. 게다가 악당들은 대개 주인공의 등뒤에서 기습을 하는데도 말이다. 그들은 이 황당한 문제를
풀기 위해 장난기 어린
'가설' 하나를 세웠다
.

"
의식적인 기습보다 무의식적인 반응의 속도가 더 빠르다
."



그들은 과학자답게 이 재미있는 가설을 검증해 보기로 마음먹고 그 자리에서 간단한 실험을 했다.
시가를 멋지게 피우며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이는 주인공 역은 보어가 맡고, 호시탐탐 주인공을 해치우기
위해 기습을 노리는 악당 역을 가모브가 맡았다
. 결투 장소는 북유럽의 황량한 바람이 불어오는 보어의
연구실
! 소품은 권총 대신 물총 한 자루씩
!

연구실에서 가모브가 보어를 갑자기 기습했을 때 과연 누가 먼저 물총을 뽑아서 쐈느냐가 실험의 내용이
었다
. 결과는 주인공 보어의 승리! 역시 주인공은 현실에서도 이겼다
.



이 실험을 통해 그들은


'
자유의지는 결코 반사신경을 앞지를 수 없다
'

는 엄청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아마도 깨달았을 것이다. 죽이려고 하는 자가 먼저 죽는다는
삶의 진실을
. 이 일화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해준다. 위대한 과학자들이 영화를 보며 진지
하게 토론하고
,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까지 하는 그날의 광경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모든 일에
진지하고
, 창조적이며, 적극적인 그들이 있었기에 20세기 최고의 학문인 '양자역학'이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

정재승 저,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