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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정신'으로 글을 쓴다고 했더니 트위터의 팔로워들이 걱정한다.
"너무 새마을스러워요." 그렇다. 구닥다리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지금까지 주인 정신이라는
단어는 정말 잘못 쓰였다.
(( 여기서 잠깐 --> 연상되는 비슷한 사례 ;
황 사장님은 자수성가한 오너들이 흔히 겪는
`남도 나같아 증후군(Be Like Me Syndrome)`에
걸리신 것 같습니다.
이 증후군의 대표적 증상은 자신의 성공 경험을 맹신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면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이렇게 이렇게 해서 이제껏 성공했다.
너도 그대로 따라서 하기만 하면 되는데, 왜 나처럼 하지 않느냐? ))
이 말을 앞세워 사장은 직원들에게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끼고
야근하라며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다. 교장은 학생들에게 쓰레기를
줍고 남아서 청소하며 학교에 돈을 내라고 했다.
국가는 이 말을 내세워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했다.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말이다.
기득권을 지닌 사람들이 아랫사람들을 쥐어짜는 용도로 쓰인 단어가
바로 주인 정신이다.
일본 속담에 걸레는 세 번 더 짤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몇 줄의 법 조항으로 한 번 짜내서 우려먹은 다음에
다시 끝까지 짜내는 용도로 쓰인 단어가
바로 주인 정신이다.
하지만 어쩌랴. 사람이 죄지.
말이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요즘에는 생방송 때문에 한케이블 방송국 앞의 편의점에 갈 때마다
이 말이 생각난다.
도시락을 사보면 그 점원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도시락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으면 점원이 비닐봉지에 도시락을 세워
넣어서 건네준다. 당연히 내용물은 한쪽으로 쏠린다.
봉투에 도시락을 담는 알바생의 의무에는 충실했으니, 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돈가스와 김치와 샐러드 소스가 범벅이 된 것을 보면
식욕은 달아난다. 결국에는 식당에서 사 먹을걸, 괜히 궁상맞게 도시락을
샀다는 후회가 엄습한다.
그런데 지하철역 쪽에 있는 편의점 점원은 다르다. 그곳 점원은 비닐봉투를
벌려 바닥을 펴서 도시락이 삐뚤어지지 않게 해서 준다. 그러니 내용물이
섞이지 않는다.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나는 온전한 내용물의 도시락을
먹을 수 있었고 그 점원과 편의점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
이렇듯 똑같은 편의점 알바라도, 어떤 생각을 갖고 일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편의점의 매출은 들르는
고객의 숫자에 정비례한다. 내가 어느 편의점을 이용할 것인지는 분명하다.
이는 0과 100의 차이다. 적어도 김칫국물이 범벅된 돈가스 도시락을 일부러
찾아 먹지 않는 한 말이다.
편의점 알바를 자신의 꿈이자 인생의 목표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깟 일을 뭣하러 그리 열심히해?" 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그런 기회는
결국 싫어하는 일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온다.
허드렛일이라고 함부로 일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일도 결국 함부로 하며,
인생도 헛되이 사용한다.
주인 정신이 충만한 사람들은 기회를 만들어낼 줄 안다.
나와 카페 스위트롤을 동업하는 김 사장도 그러하다.
그는 대학을 다니다가 병역특례로 가구 회사에 입사했다.
산업공학과에 다니던 그는 '품질관리팀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지만, 가구회사에서는 값싼 노동력이 필요할 뿐이었다.
임원이 친인척으로 구성되어 있고 생산직 사원이 100여명인 회사였다.
처음 6개월 동안은 책상도 없어서, 출근하면 야적장에서 가구를 트럭에
실어 배달했다.
하지만 그는 생애 첫 직장에서 배운 것을 써먹지도 못하고 시간만 죽일 수
없었다.
그는 허울뿐인 풀질관리팀을 실제로 가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유이한 팀원이자 팀장이었다. 그래서 가구 배달 작업이 끝나고 회사로
돌아오면, 퇴근하고 비어 있는 책상에서 업무매뉴얼을 작성했다.
결국 A5용지 15장으로 정리한 매뉴얼과 앞으로의 계획을 기안서로 작성해서
사장에게 보고했다. 사장은 시키는 일 말고도 일을 찾아서 하려는 그에게
반색하며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했다.
그는 그것을 시작으로 KS인증을 따내고 ISO 국제인증까지 따냈다.
지방에 있는 가구회사로서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그러나 반대도 많았고 시기도 많았다. 고작 월급 80만원 받으면서
왜 이런 일을 자처하느냐고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지만,
직원 수 100명 수준의 중소기업을 통째로 시뮬레이션하는 귀한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단순희 경험만 얻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의 상공회의소와 표준협회 등
임직원들과도 친분을 쌓게 되었고, 병역특례가 끝나자 그들의 소개로
컨설팅 회사에 취직했다. 처음에는 대리로 입사했지만, 몇 년 후에는
이사로 고속승진을 하게 됐다.
중소기업에서 생으로 고생해가며 '모든 영역의 모든 일'을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던 것이다.
(중략)
결국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것은 돈 문제가 아니다. 학점과 토익점수 등의
스펙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인 정신이라는 옵션을 장착하면 더 매력
있는 '88만 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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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
천부적인 성격이나 유전의 결과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말이다.
성격은 고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태도는 마음먹으면 바로 해결된다.
이렇듯 일에 대한 태도의 변화가
좋아하는 일을 할 기회를 줄 것이다.
(김남훈 , '청춘 매뉴얼 제작소'중에서 발췌)
(일부 글은 별도 삽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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