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꼬리냐, 뱀의 머리냐
어떤 이가 이렇게 묻더군요.
“용의 꼬리가 나은가요? 뱀의 머리가 나은가요?”
저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런 생각 말고, 처음에는 그냥 뱀으로 사는 겁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어느새 짠 하고 용이 될 수 있습니다.
“뱀이면 뱀이지, 어떻게 뱀이 용이 될 수가 있어요?”라고 반문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 많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들도 용이잖아요.
그런데 그분들도 30년, 40년 전에는 뱀이었어요.
뱀에서 용으로 변신하는 일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살면서 항상 일어나는 일이고, 여러분에게도 분명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우리가 모두 스스로를 뱀이라고만 믿었습니다.
하지만 세계가 대한민국을 용이라 믿을 때, 진짜 일류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느끼게 될 때 일류 국가가
되는 것이죠.
4만, 5만 불이 다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쿨가이와 노바디
많은 사람들은 쿨가이가 되고 싶어합니다. 멋진 모습으로 살고 싶어해요.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현실의 나의 모습은 그렇게 멋지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우리집은 친구 집에 비해 그렇게 잘 사는 것 같지도 않고, 내 토플 점수는 이것 밖에 안 되고,
내 친구 누구는 어디에 취직해 연봉이 얼마인데, 라고 생각하는 게 일상적인 우리 생활입니다.
나는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쿨가이처럼 보이고 싶지만,
현실에서의 나의 모습은 체념한 자포형일 뿐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노바디예요. 그걸 직면해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러니 ‘노바디 노바디’ 노래나 부르며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가지 예로 대한민국 대학의 교수들 세 명이 모이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아십니까?
자신의 연구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까요? 천만에요.
머리 아픈 그런 얘기를 왜 합니까? 술이나 마시는 거죠. 폭탄주를 마시면서 장렬히 전사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떡해야 되죠? 빨리 성공하고 출세하고 싶은데,
현실의 나의 모습은 그렇게 성공하고 출세하고 잘 나가는 것 같지 않아요.
대개 30대, 심지어는 20대에 있는 분들도 진짜 멋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 의욕이 엄청납니다.
하지만 20대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잘해서 사회적으로 인정까지 받을 수 있는
성공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아마 김연아나 박지성 정도나 될 겁니다.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멋진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보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김연아, 박지성에 대해서 열광하는 겁니다.
그런데 열광만 하면 좋을텐데 우리는 한걸음 더 나갑니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저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도 저렇게 좀 해봐’,
이렇게 되다보니 그 분들 볼 때마다 마음속이 싸해지는 겁니다.
현실 속의 찌질한 나의 모습이 더 크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이죠.
자, 이제 답을 찾아야 합니다. 국민 소득이 4만 불이 되면 일류 국가가 될까요?
제가 자랄 때 항상 들었던 건 국민 소득 1천불, 마이카 시대였습니다.
그때가 오면 선진국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국민 소득 천 불의 열 배가 넘는 만 불 이상이 된 지 벌써 20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우리는 선진국 타령을 하고 있습니다. 이건 어떤 심리의 반영일까요?
멋진 모습으로 남들이 나를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표현인 것이죠.
요즘 청년 대부분의 경우 “넌 공부만 하라”는 소리를 들으면 자랐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 할 수 있느냐, 공부는 절대로 잘 할 수가 없어요.
간혹 가다가 반에서 한 두 명은 공부를 잘하죠.
그런 애들을 우리는 엄친아라 부르지만 대부분은 그들을 “재수 없는 아이”라고
부르지요.
나하고는 다르니까 외계 생물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학교를 다니며 공부하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는 일인데 학생들은 그것을 즐겁고
재미있는 일로 배우는 게 아니라 하나의 노동으로 배웁니다.
그래서 이걸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는 것입니다.
하자니 재미는 없고, 안 하자니 성적표가 두렵고 엄마 잔소리가 겁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은 훗날 직장에 취직해서도 똑같이 반복됩니다.
시킨 일이니까 하긴 해야 되는데 하기는 귀찮고, 안 하자니 혹시 짤리지는 않을까 걱정되고,
이것이 우리가 사는 모습입니다.
여기서부터 저는 고민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난관에 빠진 한국 사람들의 심리에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하구요.
누구의 기준에 따른 성공인가?
선진국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옷을 입고 있어도 별로 신경 안 씁니다.
미국에 유학을 가거나 연수를 받으러 가면 놀라울 정도로
한국 학생들은 옷을 잘 입고 다닙니다.
인물도 좋아요. ‘진짜 한국에서 귀족들이 놀러 왔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한국 학생들은 눈에 띄게 멋있습니다.
이 차이가 뭘까요? 외국 사람들은 자신에 관해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생활하는데 비해 한국 사람들은 그것이 힘들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이 나라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새로운 탈출구나 비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기계발서나 명상서를 보기도 하지만, 뾰족한 비법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내 인생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성공할 수 있을까를
처절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그에 대한 책을 읽기 때문에,
그런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성공한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이 그림이 무엇으로 보입니까?
누구는 이걸 보고 토끼라 이야기 하고 누구는 이걸 보고 오리라 이야기합니다.
무엇이 맞는 건가요?
둘 다 맞습니다. 그렇다면 우린 이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되나요?
한국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보면서 나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토끼로 보이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 그림은 오리야”라고 말하는 순간,
“내가 그렇게 찌질하고 별 볼일 없다고 보는 거예요?”가 되는 것이죠.
한국 사회를 사는 한국인들의 심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그림입니다.
멋지게 보이기 위해 살면 살수록
‘나는 누구지, 내가 살아온 건 도대체 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리 배불리 먹고 남들 보기에 훌륭한 환경에서 살아도 심리적으로 황폐해지기
시작하면 자신의 삶에 의미를 갖기가 힘듭니다.
그러니까 “나는 행복합니다”가 아니라 “왜 이렇게 불행할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지요.
“좋아, 그럼 성공하자”라고 결심하고 스카이 대학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스카이는 무슨 스카이, 아이비리그를 가야지라는 생각을 또 하게 되는 것이지요.
어떤 심리 상태에 빠지게 되나요? 항상 최고만을 지향해서 쫒아가기 때문에 현재에 있는
자기는 가장 별 볼일 없는 상태가 되기 시작합니다.
한국인의 행복은 바로 현재의 자신을 어떻게 남들이 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가장 멋진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이 성공이라 한다면, 여기서 성공의 비법을 알아볼까요?
여러분들이 아는 사람 중에 정말 놀라운 실력을 갖췄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나요?
어느 조직을 대상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탐색하기 위해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조직에서 나름대로 성공하신 분에 대한 평판을 물어본 것이었는데,
대화 내용을 살펴볼까요.
“그 분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일단은 지문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어요.”
“능력이 뛰어나시잖아요.”
“뛰어난 능력이 있지요. 상관의 비위를 너무 잘 맞추지요.”
“엄청난 성과를 냈잖아요?”
“네. 엄청난 성과는 내요. 그런데 남의 성과를 다 가로채기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일반적인 사람들의 심리가 이렇습니다.
한국 사람만 그런 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능력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70%가 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동료가 승진을 했을 경우,
능력 때문에 성공했다고 반응하는 비율은 30% 밖에 안됩니다.
잘 살기 위해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막상 학교에서 기발한 생각을 선생님이나 친구들한테 이야기하면
대개는 이상한 애라는 말을 듣습니다. 보통 조직에서도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면,
인정하기보다는 “쟤는 왜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어?”, “왜 쟤는 이걸 안 따르는 거야?”,
“쟤는 왜 저렇게 튀어?”라고 말합니다.
한쪽에서는 멋진 모습으로 보이고 싶고,
한쪽에서는 또 그런 모습을 인정해주지 않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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