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엔 실적을 더 냈다고 그만큼 보상을 더 해주는 미국식 성과주의는 없다.
기업은 전 직원의 물심양면에 걸친 행복을 위한 곳이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80) 교세라 명예회장 겸
일본항공(JAL) 회장의 말이다.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하나금융그룹 주최로 열린 ‘드림소사이어티 강연’에 연사로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식 성과주의가 일부 직원에게 일시적 자극제가 될 순 있겠지만
혜택을 보지 못한 사람은 정반대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교세라의 경우 미국 자회사에서도 성과주의로 월급을 주진 않는다”며
“지나친 성과주의가 ‘1대99’의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고도 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에 대해선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성이 떨어지면 등용하지 않는다”며
“능력·인간성 중 하나를 고르라면 인간성”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가 들고 온 강연 주제는 자신의 ‘12가지 경영원칙’이다.
이 중 하나가 경영자의 ‘용기’다.
그는 “현재 일본에는 경쟁자·외부 환경으로부터 종업원·기업을 지키긴커녕
제 한 몸 보전에 급급한 경영자가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도 경영자 자신은 책임지지 않고, 부하가 책임을 지고
그만두는 일이 대기업·은행에서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리더를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종업원·기업을 지킬 기개가 있는 사람이
CEO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의명분이 분명하다면 직원들도 하나가 돼 분골쇄신 일할 것”이란 것이다.
그의 경영원칙을 하나씩 뜯어보면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다.
“사업의 목적과 경영 목표를 명확히 한 뒤 열정을 가지고 남보다 더 노력하라”는 식이다.
뻔한 소리 같지만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그는 스물일곱 살이던 1959년 교세라를 창업해 세계 100대 기업으로 키웠다.
84년엔 통신업체 다이니덴덴(현 KDDI)을 설립해 일본 2위의 통신업체로 성장시켰다.
일흔여덟 살이던 2010년엔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경영난을 겪던 국적항공사 JAL 회장에
무보수로 취임했다.
이 회사는 1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로 돌아섰다.
그는 “53년 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이처럼 거대한 기업그룹을
경영할 수 있게 된 것은 중기를 경영하며 체득한 경영원칙을 충실히 지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1시간30분에 걸친 강연에 이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과 대담도 했다. 두 사람이 묻고 이나모리 회장이 답했다.
-(대기업이) 기존 업무와 관련 없는 분야로 확장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회사를 발전시키려면 다른 분야로 넓혀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엔 대의명분이 필요하다.
내가 통신업에 진출하기 전 일본의 통신시장은 독점 상태여서 요금이 비쌌다.
올바른 경쟁으로 가격을 낮추겠다는 명분이 있었다.”
-기업의 목적은 뭔가.
“회사는 오너를 위해 일하는 곳이 아니다.
종업원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모인 곳이다.
경영의 진짜 목적은 경영자의 잇속 챙기기도,
기술자의 꿈을 실현하는 것도 아닌
종업원과 가족의 생활을 지키고 믿음을 주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성과주의를 도입하지 않으면 불만이 나오지 않나.
“나는 능력 있으니 월급을 더 받겠다는 사람들에게 ‘만족’을 알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지나친 욕심은 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신 교세라의 현지 경영진은 외부에서 데려오는 경우가 없다.
현장에서 차근차근 한 단계씩 올라온 사람을 CEO 자리에 앉게 한다.”
◆이나모리 가즈오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전기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혼다자동차 창업자)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가 경영한 교세라·KDDI·일본항공의 연 매출을 합치면 약 6조 엔(약 89조원)에 이른다.
83년부터 차세대 인재 양성을 위한 경영아카데미 ‘세이와주쿠(盛和塾)’도 운영해 왔다.
씨 없는 수박을 만들어낸 고(故)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기도 하다.
이나모리 회장의 12가지 경영원칙
1. 대의명분이 있는 사업 목적을 가져라
2.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직원들과 공유하라
3. 열렬한 소망을 가슴에 품어라
4. 남보다 더 노력하라
5. 매출은 최대화, 비용은 최소화하라
6. 가격 결정이 곧 경영이다
7. 바위도 뚫을 강한 의지를 가져라
8. 불타는 투혼을 간직하라
9. 매사에 용기를 갖고 임하라
10. 항상 창조적인 일을 하라
11. 배려하라. 장사엔 상대방이 있다
12. 어떤 역경에도 밝게 행동하라
(중앙일보 기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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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이 명확한 회사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잘 나가는 사람을 더 잘하게 하고 못하는
사람은 과감하게 눌러야 한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누른다'는 표현이 좀 격하게 들리긴 하지만, 어쨌든 이 회장의 이런 원칙은
삼성의 독특한 보너스제도를 만들어냈다.
삼성은 지난 2001년부터 목표를 초과한 이익에 대해 연봉의 최대 50%까지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PS(profit sharing, 초과이익분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이 벌써 10년째 PS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PS를 지급할 때마다
삼성 내부에서는 잡음이 반복된다. 지난달 31일 삼성이 지급했던 PS 보너스를
두고서도 그랬다.
무선사업부는 연봉의 50%를 한번에 보너스로 챙겼지만,
삼성LED같은 계열사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한 삼성 직원은 "어디 가서 삼성 다닌다고 말도 못 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많이 받는 사람들은 좋은 부서에 있는 탓이지,
지들이 뭐 얼마나 잘났다고.."라며 불만도 쏟아냈다.
한 직원이 한 인터넷 게시판에 "우리가 번 돈이 얼마인데,
따지고 보면 많이 받은 것도 아니라"라고 올렸다가 집단 성토를 받기도 했다.
이맘때 괜히 말 한마디 잘못 꺼냈다간 어디서 주먹이라도 날라올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곤 한다.
삼성은 연봉에서 차지하는 인센티브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2010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은 8640만원인데,
여기에는 PS 등 보너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직원들이 PS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임금구조는 성과를 강조하는 삼성의 문화가 녹아있다.
삼성은 이런 구조로 계열사 간 경쟁을 유발하고, 경쟁을 통해 놀랄만한 실적을
창출하며 인센티브 제도의 효과를 스스로 입증했왔다.
공리주의자들의 논리처럼 "이익의 총합이 더 크다면 그까짓 소소한 불만은 미미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또 "길게 보면 많이 받을 때도 있고 적게 받을 때도 있다"는 주장도 옳다.
하지만 만약 한 푼도 받지 못한 그 직원이 바로 나라면,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개개인의 행복은 사실 합산이 불가능하다.
내 불행을 다른 사람의 행복이 상쇄해줄 도리는 없다.
나의 불행은 결국 불행일 뿐이다.
삼성의 사상 최대 실적도 직원들의 박탈감을 치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인센티브 제도는 끊임없이 질주하려는
자본주의의 정서를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런 고민이 시작됐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매년 PS가 직원들 사이에서 민감한 문제"라면서
"내부적으로도 PS제도에 대해 고민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때마침 '경영의 신'이라는 일본항공(JAL)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2일 방한해 이런 말을 했다.
"능력에 따라 소수의 개인에게 주는 거액의 성과급은 일시적으로는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킬 뿐 큰 폐해를 낳는다"고 말이다.
삼성 내부에서든, 삼성 밖에서든 소외된 99%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데일리 기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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