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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 Mash up

시간과 기계 그리고 공간과 인간 - 15

by Azzurro 2017. 12. 15.

오늘 이 땅을 울며 걷는 젊은이들에게
모질고 가혹한 시간들입니다.
이 책의 시간은 대화와 공감, 치유와 생성에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과 과외로 팽이 돌듯 돌아다니고 중학교부터는 성적순이라는 심판관 앞에 줄 세워지고 고등학교 3년간 온통 대학입시라는 절대권력에 압제되고 대학에서는 취직난이라는 검은 장막의 공포가 드리우고 30대에는 주름진 경제와 미래시간의 불안정성에 시달리며 40대에는 지나온 여정을 대물림하는 아픔을 맛봐야 합니다.

반면, 한민족 한반도 분단의 남북은 전쟁의 시간이 대립하고 보수와 진보, 지역, 계층, 세대가 극단적으로 분열되고 고결한 영혼과 정신의 가치에 몸을 던지는 자는 사라지고 약육강식의 사악한 완력을 쥔 소수 금수저들의 만행에 최소한 저항력마저 잃은 채 짓밟힌 흙수저들의 좌절, 여야로 양분되어 특권·진영화된 더럽고 추악한 정치판, 물질만능과 일등제일주의가 본질인 양 호도된 교육현장, 가면 쓴 합법적 폭력이 야만과 결합한 채 왜곡된 역사, 물신과 권력에 기생하는 괴물로 변이된 언론·법·종교, 지도자가 나서 죽은 생명을 살리겠노라고 기만하는 현실, 비인간·몰인격 세계의 한복판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찌할 바 모르고, 오늘 울며 이 땅을 걷는 청년들에게 영혼과 정신 그리고 오늘과 내일의 건강성을 일깨울 수 있는, 아프지만 살아 있는 영감과 통찰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첫째, 보이지 않는 시간을 세계와 운명의 중심축으로 움켜쥐고
둘째, 너와 나, 우리의 관계를 물렁물렁하도록 유연하게 맺으며
셋째, 항상 깨어 운명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해 나가야 합니다.

이 세 가지 메시지를 삶의 중심축으로 심어 뿌리내리면 눈물과 절망감, 분노와 치욕은 새벽안개처럼 물러갑니다.

시간이란, 과거·현재·미래라는 말은 모두 가공의 허상이고, 오직 현재진행형(going)의 연결만이 있을 뿐입니다. 어제는 축적된 오늘이고, 오늘은 오래된 미래의 구현이며, 내일이란 오늘이 지향하여 가는 화살표입니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에게 닥친 진정한 고뇌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와 시간의 상관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간을 생성하고 비축하여야 살아갑니다.

인간이란, 똥물 한 바가지도 지혜롭게 삭혀 생명을 구하는 약으로 쓸 수 있지만, 보석을 눈에 담고도 허상과 미망 속을 헤매는 존재입니다.
우주적인 생명으로 탄생되었으나 하루살이보다 허망하고 신의 눈동자와 연합하고서도 야수로 전락하는 존재입니다.

관계란, 나는 너, 이, 그, 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수시로 점검할 때 포착되는 연결선입니다. 모든 인간의 눈에는 그 끈을 생성하는 보석이 박혀 있답니다. 그 동공에서 빛과 공감, 위로와 평안을 생성시키느냐, 어둠과 눈물, 증오와 저주를 증식시키느냐는 모두 우리 자신 내면의 대화와 상관성에서 비롯됩니다. 관계는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의 만남입니다. 관계를 맺는 내용에 따라 운명과 삶의 노선이 결정됩니다.

운명이란, 나와 너 그리고 우리라는 관계생명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시간과정입니다. 생명의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현재진행형의 삶으로 전개된 지속과정입니다. 삶의 축적성과 지속성, 목적성의 연결고리의 총합이 운명입니다. 운명노선은 어디로부터 와서, 어떻게 살며, 어디로 가는가를 알려줍니다.

정체성이란, 나와 너 그리고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자문·자답·자증입니다. 운명의 얼굴이 정체성이고, 삶은 정체성이 구동되는 양상입니다. 우주적 정신 속에서 생명 본연의 모습을 자각하고 우주적인 인격을 구현해가는 과정으로서 운명이 주어라면, 동사인 삶은 우주적 생명이 꿈꾸고 소망하는 드라마가 됩니다.

인간, 시간, 관계, 운명, 정체성
열한 글자(11자)에 우주적 진리성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진리(logos)의 세계는 자생성, 완결성, 자증성을 스스로 구동하는 자기충분성의 얼굴로 나타납니다. 열한 글자(11자)를 정립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중심이 잡히고, 각자 목표와 비전의 운명노선이 나타납니다.

청년들이여,
눈물을 그치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이 눈물의 순간은 영원히 씻거나 잊을 수 없답니다.
하여, 지금 울더라도 깨어 지평선을 바라보며 걸어가야 합니다.
시간과 인간 그리고 운명정체성이 바로 세워지면 오늘 이 길 위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찰 만큼 고마움과 도전의지, 환희와 기쁨의 열풍과 열정의 감동이 우주와 온몸에 가득 몰려오게 됩니다.

신 새벽 두 갈래로 난 길목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든 꿈과 소망, 용기와 지혜를 생성하는 가슴만은 굳건히 세우고 초원의 사자가 되어 주어진 운명의 지평을 응시하고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모든 삶은 시간과 인간 그리고 운명정체성에 있답니다. 스스로 운명의 지축을 뒤 바꾸는 혁명의 발걸음을 오늘,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자리에서부터 시작하십시오.

신(神)의 눈길과 우주정신(宇宙精神)의 가호가 눈물을 거둔 그대에게 함께 있기를 기원합니다.

*박요한, <시간과 인간의 운명정체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