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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52

노래, 음악, 소리 1 노래는 정신과 영혼이다. 노래는 소리를 통해 나오는 정신과 영혼이다. 수증기를 통해 무지개가 나타나듯이 소리를 통해 나타나는 정신과 영혼이 바로 노래이다. 노래는 말과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노래가 된다. 목에서 어떤 소리가 나오든 노래가 된다. 노래는 메시지가 아니라 가장 먼저 또 다른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들려줄 이야기가 있어 또 다른 나를 부르는 것이 노래다. 단어,운율,가락,화성,박자 같은 것들이 조화로워야 노래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작은 일부일 뿐이다. 노래는 표현하는 사람의 정신과 영혼이 밖으로 영사기처럼 투영되고 떨리는 진동이다. 그 진동이 공명을 일으키면 듣는 이의 감정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공명하는 것이 나도 다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나 자신이다. 또 다른 나를 깨.. 2012. 6. 18.
그 때 거기에 나와 함께 있었구나 6살 무렵이었다. 어느 여름날 오후에 갑자기 폭우가 내렸다. 동네 형들이랑 친구들. 대여섯명과 동네 뒤편 출입이 제한된 숲에 들어가 정신없이 노는 사이에 폭우가 내렸다. 모두 큰 나무 밑에서 비를 피했다. 비가 점점 가늘어질 때쯤 집에 어서 돌아가기 위해 나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형들이 처음에 들어왔던 그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제법 물이 불어난 도랑과 마주치게 되었다. 출입을 제한하는 철조망이 도랑을 가로질러 쳐져 있었다. 형 한 명이 이것을 잡고 건너 가면 처음 들어왔던 그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모두들 두 번도 생각하지 않고 그러자고 했다. 먼저 말했던 그 형부터 건넜다. 마치 특수부대 군인아저씨가 외줄 로프를 타고 절벽계곡을 아슬아슬하게 건너는 상황과 비슷했다. 형들은 .. 2012. 6. 14.
꼭대기가 보이면 옆댕이로 가라 부디, 꼭대기가 보이면 옆댕이로 가게 bro, 세상 생겨 먹은게 본래 그렇다고 꼭대기부터 쳐다보지 말게. 항룡유회라고 했던가,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더 올라갈 데가 없어 내려갈 수 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거지. 산에는 꼭대기만 있는게 아닌데 사람들 모두 그게 산의 전부인 줄 크게 착각하고 산다네. 산은 본래 그 안에 많은 것들이 서로 하나인 듯 어우러져 있는 큰 덩어리라네. 그러니 꼭대기만 바라보지 말고 이제는 산옆댕이도 들여다 보게. 숲 속, 나무들 사이로 난 좁은 산길에 어떤 보물들이 숨어 있었는지 찾길 바라네. * 비빔박 萬花芳草 2012. 6. 13.
산옆댕이 우리는 대부분 산행의 고통을 이겨내고 정상에 올라서야만 제대로 산의 정취를 느끼고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산은 천천히 느긋하게 올라가서 산옆댕이 주위를 돌아보더라도 충분히 산의 정취를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정상 등정을 목표로 했을 때는 올라가는 속도와 호흡조절에 집중하기 때문에 산 자체를 마음 깊숙이 느낄 여유가 없다. 산기슭이나 중턱의 나무와 흙에서 오묘하게 피어오르는 향기와 정취를 대부분 놓치게 된다. 느껴도 진한 감흥이 없다. 산 여기저기에 흙,돌,바위,나무,풀,꽃,버섯과 동물들이 존재한다 것. 그것을 알아채는 것이 우리가 산을 오르는 진짜 이유이다. 산에는 옆댕이에도 향기가 있다. * 비빔박 萬花芳草 2012. 6. 12.
진동하라. 세상에 나와서 몇 번 실패하고 몇 번 실망했다고 구석진 곳에 그늘처럼 웅크린 젊은이들이여 다시 좀 살아 보려해도 첫마음의 불씨조차 남아있지 않다고 서글퍼 하지 마라. 아직 한 번도 쓰지 않은 새로운 날들이 올까? 그런 날조차 누군가가 가로채지 않을까? 젊은이들이여, 아무한테도 새날이 안왔으면 좋겠다고 오늘 살아가기를 놓아 버리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이제 그만, 앉아서만 세상을 곁눈질하지 말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박차고 일어나라. 녹슬어가는 네 심장과 나침반을 꺼내라. 진동하라, 진동하라 심장이여, 나침반이여 ! 미세한 떨림이라도 네가 직접 느껴 보아라. 그 진동을 느껴야 한다. 한발이라도 움직여서 그 진동을 피부끝으로 느껴 보아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움직여라. 곧 점화플러그에 불이 붙고 엔진이.. 2012. 6. 11.
잊을 수 없는 불꽃 그것은 현실계와 상상계, 그 사이를 조명탄처럼 비추는 불꽃이다. 그것은 우리 세포 속에 아주 오래전부터 꿈틀거린 불꽃이다. 그것은 먼 옛날 선조들의 시대, 새벽녘 바람처럼 다가왔던 불꽃이다. 그것은 이름을 잃어버린 엄마의 소녀 시절, 동화같은 불꽃이다. 그것은 아빠가 어릴 적 꿈꾸던 거대한 로봇의 광선빔같은 불꽃이다. 그것은 어두웠던 시대, 상상의 무지개 위를 아름답게 수 놓았던 희망의 불꽃이다. 먼 과거에서 먼 미래까지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불꽃이다. 자유라는 이름의 잊을 수 없는 불꽃. * 비빔박 萬花芳草 2012. 6. 10.
희망의 분노 2 내가 사는 곳에서 불공평과 불평등을 깨달았을 때 반드시 말로 내뱉어라. 그래야 비로소 그것은 불공평하거나 불평등한 일이 되는 것이다. 밖으로 내뱉지 않으면 그들은 결코 먼저 챙겨주지 않는다. 그들은 결코 먼저 바로잡지 않는다. 내뱉기 전까지는 불공평이 아니고 불평등이 아니다. 망설이지 마라. 불공평과 불평등을 큰 소리로 내뱉어라. 그리고 그들을 향해 희망의 분노를 분출하라.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모두 함께 분출하는 희망의 분노이다. * 비빔박 萬花芳草 2012.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