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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 Mash up

양들의 침묵, 침묵의 대한민국

by Azzurro 2015. 4. 10.

양들의 침묵
(양은 약한 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제목의 의미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의미를 탐구하기 전에 영화의 포스터를
먼저 자세하게 들여다 보자

기억하는가
여주인공의 입을 막고 있는
해골무늬 나방을!
여주인공의 입을 막고 있는 나방,
그리고 해골무늬.
그 무늬를 더 자세히 보면
죽은 어떤 사람과 그 주위를 둘러 싼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 이건 해골그림이 아니었네?

자,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보자.

제목엔 양이 등장하고 침묵이라는
청각적인 것과 연관된 글자가 있다.
그러면 이번엔 청각적인 경험과
연관이 있으려나?

이 시점에서 전율~

포스터의 시각적인 이미지와
청각적인 이미지가 겹쳐 있지 않은가?

이런 표현술을 감지하면
양들의 침묵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영화의 내용을 들여다 보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실마리를 풀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사람(여자 혹은 남자), 죽음, 양,
침묵, 본다.

이것들을 잘 조합해보면
퍼즐게임은 끝난다.
다만 감당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우리사회의 현실과 직결된
퍼즐이다.

이제 퍼즐을 맞추어 보자.

입을 막고 있는 해골무늬 나방부터 보자.
해골무늬는 '공포' 또는 '죽음'을 상징한다.

본래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voluptas Mos"
형상을 옮겨 온 것인데 '쾌락의 죽음'혹은
'쾌락여신의 죽음'을 뜻하는 것이다.
'멈추지 않는 쾌락의 끝은 죽음이다'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다음 퍼즐 '침묵'과 바로 연결된다.

'침묵'이라는 제목과 포스터의 그림을
중첩시켜서 바라보자.
그러면 '침묵'이라는 청각적 이미지가
'입을 막고 있는 나방'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로 변해서 느껴진다.
그러면서 나방의 해골무늬를 확대하듯
더 다가가 들여다 보면
여기서 '흠칫!'하고 놀라게 된다.

일단 나방의 해골무늬가 시각을 자극해서
더 들여다 보게 만들고
그러면 보호색처럼, 보이지 않던
죽은사람의 모습이 드러나 보이는 것이다.
그런 시선의 이동 과정을 짧게 경험하고 나면
마침내
포스터에서 입이 가려진 채 뭔가를 말하려는
듯한 여주인공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 자신임을 깨닫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전율!~~

마치 유체이탈한 영혼의 시점에서 바라보듯
쾌락탐욕으로 인한
우리들 자신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인간사회가 만들어 놓은 암묵적인
억압과
아이러니하게도 억압할수록 더욱 탐하는
쾌락으로 인해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하는지 생각해 보라!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
처음엔 다같이 분개한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라~
비극적인 사건의 원인을 찾아
거슬러 가다 보면 드러나는
사건의 뿌리는
사회를 구성하는 양들,
바로 우리들이다.

'양들'은 우리들, 한 사회를 이루고
있는 인간들이다.

매스컴을 통해 접하는 끔찍한 사건에
대해선 곧바로 경악하지만
막상 사건의 예방이나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서는 방관한다.
그야말로 아무도 잘못되어 감을
지적하지 않고 침묵만으로 일관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는 깊게 병들고 있으며
그 가운데 발생하는 피해자들은
안타까운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모과이에서 그렘린으로
변신하듯 우리들 안에서 버팔로빌이나
한니발렉터 같은 괴물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나서 호시탐탐 우리들을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탐욕 또는 두려움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어떻게 하질 못하고
침묵만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긴장감 있는 스토리를 갖고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지만
영화적인 프레임 밖의 현실로 확대하면
주제는 이렇게 생각보다 아주 무겁다.

마지막 장면에서
탈출에 성공한 렉터 박사가 스탈링에게
"클라리스, 양들의 울음소리는 멈추었나?"
라고 묻는다.

렉터 박사는 물론 우리들 자신도
이미 그 질문의 답을 알고 있다.
한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고 해서
양들의(잠재희생자가 될 우리들)
울음은 멈추질 않으며
또한 이런 사회를
바꾸지 못하고 벗어나지 못하는
양들의(부조리한 우리들) 침묵은
계속되고 있음을.

(침묵하는 양들은 약한 자들이 아니다.
부조리한 것들, 부조리한 자들을 보면서도
먼저 스스로 나가서 고독한 싸움을
시작하지 않고 말만 앞세우다가 슬며시
무리속으로 먼저 몸을 숨기는 비열한 자들,
바로 그들이다.)

*비빔 박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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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힘들었지.. 집에 가자"
['절망의 소녀' 다시 일으킨 4개월차 女警]
"언니랑 같이 걸을까" 묻자 "저 왕따로 너무 힘들어요 성적까지 떨어져 괴로워.. 그런데 죽기 싫어요" 눈물

부슬비가 내리던 지난 19일 오후 7시쯤,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배보영(26) 순경은 마포대교 전망대 부근 벤치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A양을 발견했다. "자살하려고 마음먹은 A양이 마포대교에 갔다"는 친구 B양의 신고를 받은 지 5분 만이었다. 이 벤치 뒤엔 150m 길이의 전망대가 있어 A양은 마포대교 어느 쪽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우산을 쓴 채 30분 가까이 한자리에 앉아있었기 때문인지 A양이 앉은 곳만 물에 젖지 않은 상태였다.

"무슨 일 있니? 언니랑 같이 걸을까?" 배 순경이 A양에게 다가가 말을 걸자, 눈을 감은 채 울고 있던 A양이 "언니, 저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죽기 싫어요"라고 입을 뗐다.

배 순경은 "얼마나 울었던지 눈이 붉은 복숭아처럼 부어있는 상태였다"고 당시 A양 모습을 기억했다. 한눈에도 슬퍼보였다고 했다.

배 순경은 A양 앞에 쪼그려 앉아 허벅지에 양손을 올리고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10분간 대화를 나눴다. "예전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어요. 성적도 생각처럼 나오지 않아 괴로워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양은 교우 관계에서 문제를 겪어오다, 얼마 전 치른 중간고사에서 성적까지 떨어지자 이날 마포대교를 찾았다고 했다.

얘기를 다 들은 배 순경은 "친구(B양)와 가족이 얼마나 너를 걱정했는지 모른다"며 "너를 위해 울어줄 사람 한 명이면 된다. 지금 이 힘든 문제도 다 지나갈 거다"라고 말했다. 배 순경과 함께 용강지구대까지 간 A양은 황급히 달려온 부모 품에 안겨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 제복을 입은 지 이제 4개월째인 배 순경은 지난 두 달간 마포대교 위에서만 6명의 자살 기도자를 설득해 귀가시켰다.

배 순경은 "뛰어내리기 직전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자살 기도자 대부분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며 "관심이 사람을 살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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