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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alks

문제는 재화(財貨)다.

by Azzurro 2012. 6. 25.

 

 

 

 

 

 

부자와 가난함의 이치는 누가 주거나 빼앗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이치에 교한 사람은 여유롭고,
세상의 이치에 졸한 사람은 부족하게 사는 것이다.

 

"貧富之道 莫之奪予 而巧者有餘 拙者不足"

"빈부지도 막지탈여(貧富之道 莫之奪予)."

 

가난하게 사는 것은 누가 자기 것을 빼앗아가서 내가 가난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거나,

내가 부자로 사는 것은 누가 내게 주어서 부자가 된 것이라고 안다면 그것은 미혹입니다.

정말 사실입니다.

그리고 "교자유여 졸자부족(巧者有餘 拙者不足)"이라.

 

세상의 이치에 맞고 교묘하게(교묘하다는 말은 나쁜 의미가 아니라 정밀하고,

세밀하고, 꼼꼼하게 베틀이 날줄과 씨줄이 딱 들어맞듯이 라는 의미입니다)

행동하면 부유하게 살 것이고, 세상의 이치를 잘 몰라 제멋대로 살거나,

졸렬하게 자기 입장대로 세상의 이치를 알면 부족하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혹함을 바꾸어 깨달음을 얻는 것이

이 [화식열전]에서 사마천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핵심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비밀스런 가르침이 있습니다.

바로 부자와 교자 사이에 나오는 '이(而)'라는 글자입니다.

이것은 영어로 하면 'and', 'but', 그리고 'Nonetheless',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니다.

 

사마천은 우리에게 가난함과 부유함은 누가 준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부유함은 누가 빼앗아가도 가난해지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자(巧者)는 여유롭게 살아가고, 졸자(拙者)는

항상 부족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부자가 교자가 아니고 졸자가 가난한 사람이 아니며,

부자라 여유 있는 사람이 아니고 빈자가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마천의 여유 있는 사람이란 것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마음이 부유한 사람' 이 

절대 아닙니다.

 

재(財)와 화(貨)가 다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사마천의 [화식열전]에서의 가르침입니다.

 

세상의 이치를 알면 인간의 이치를 알고,

인간의 이치를 알면 자연히 돈의 이치도 아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연의 이치, 사업의 이치, 흥하고 망하는 이치가 다 있는데

그것을 아는 사람이 교자(巧者)이고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졸자(拙者)라고 하여,

이 이치를 모르는 무늬만 부자인 사람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항상 부족하게 산다고 합니다.

 

 

세상의 이치를 알면 인간의 이치를 알고, 인간의 이치를 알면 자연히 돈의 이치도 아는 것이 된다.

따라서 이 이치를 모른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항상 부족하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인 화(貨)가 증식되고 번식되어야

눈에 보이는 땅이나 부동산, 농장, 금, 은 등의 유형자산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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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길은 인의보다 먹고사는 것이 우선이다!”
“창고가 가득 차야 예의를 아는 법이다.”
“부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성정이다. 배우지 않고도 하나같이 추구할 수 있다.”
“돈을 벌려면 무엇보다 장사를 하라.”
“가족을 먹이지 못하는 자는 거짓 군자이다.”

“세인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10배 부유하면 헐뜯고, 100배가 되면 두려워하고,

1천 배가 되면 그의 일을 해주고, 1만 배가 되면 그의 하인 노릇을 한다.

이것이 사물의 이치이다.”

“부를 거머쥐는 데에는 일정하게 정해진 직업이 없고, 재물 또한 일정한 주인이 없다.

재능이 있는 자에게는 재물이 모이고, 불초한 자에게는 기왓장이 흩어지듯 달아난다.

천금을 모은 부자는 한 도시를 거느린 영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거만의 재산을 보유한 자는 제왕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즐거움을 누린다.

이것이 이른바 ‘소봉’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제나라 환공이 사상 첫 패업을 이룬 것은 경제력 때문이고,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것도 돈이 있어 가능했다.

공자는 궁상을 ‘근검’이라 포장했지만, 사마천은 이들을 ‘가짜 군자’라 했다.

사마천은 인간에게 인의보다 먹고사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경제학을 펼친 경제 이론가였다.

그는 부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천성인 까닭에 이를 인위적으로

억제하거나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물꼬를 터주듯이 본성의 흐름을 부민부국(富民富國)의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함으로써 이를 적극 발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철저한 유교 사회였음에도 사마천은 돈에 대한 욕망이 인간의 타고난 본성임을 간파하고,

명분보다 먹고사는 경제 문제가 더 중요함을 이 책을 통해 역설했던 것이다.

기원전에 이미 ‘자본주의 선언’을 한 사마천의 솔직 대담한 부자 경제학 강의를 통해

2천 년을 앞선 동양 경제학의 역사에 한 번 놀라고,

사마천의 탁월한 식견에 또 한 번 놀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