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 & Mash up

시간과 기계 그리고 공간과 인간 - 4

by Azzurro 2017. 2. 7.

나의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내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 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지만,
나를 발견했을 때는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나의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나를 붙잡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며,
나의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해서다.
왼손에 저울이 있는 것은 일의 옳고 그름을 정확히 판단하라는 것이며,
오른손에 칼이 주어진 것은 칼날로 자르듯이 빠른 결단을 내리라는 것이다.
내 이름은 카이로스, 또 다른 이름은 운運이야 !


헬라어에는 시간(때)을 두가지로 표현한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가 그것이다. ‘크로노스’는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이요 일련의 연속적인 절대적인 시간을 뜻하고
‘카이로스’는 때가 꽉 찬 시간으로 구체적인 사건의 순간, 감정을 느끼는 순간, 구원의 기쁨을 누리는 의미있는 순간이다.

카이로스는 자신의 존재의미를 느끼는 상대적인 시간이다.

---------------------------------

필자가 [시간과 인간] 앞 시리즈 글에서 언급했지만 우리의 인지 깊숙이 박힌 시계의 시간이 아닌 사람 한 명, 한 명마다 각기 다른 시간의 흐름,밀도와 리듬이 있음을 돈오頓悟할 때 비로소 각자의 운運을 온전히 낚아챌 수 있다. 여기서 운運은 흔히 곡해되는 '우연성','운빨'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시간은 공간의 변화이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이 합쳐진 '시공간'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나' 라는 공간과 그 공간의 변화가 곧 독립적이고 고귀한 시공간임을 알아채는 순간 내가 기준이 되는 새로운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즉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오래된 기득권자의 시스템에서 깨어나 온전히 자기자신을 위한 변화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카이로스의 또 다른 이름을 왜 운運이라고 명명했는가에 대해서 부연을 하자면...
운運은 저마다 '자기자신'이라는 시공간을 주체적으로 '운전運轉'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인지를 각인시킨 지배자의 시계에 매몰되지 말라는 뜻이 바로 운運이다.
더불어 기회의 신이라고도 불리는 카이로스가 던지는 메시지가 바로 운運이다.

운運은 어디서 줍는 것도 누가 떨어뜨려 주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실현하는 것이다.
동시에 각자의 운運은 자신과 다르게 사는 타자他者들과 얽히고 설켜 삶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엄청나게 발생한다.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가 거미줄 전체를 흔드는 것 처럼.

운運의 에너지와 감응하시기를 !

*비빔 박선생

---------------------------------
드디어 트루먼이 크리에이터의
조작된 시스템에서 벗어나
운運과 카이로스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함께 보실까요~


C : 트루먼, 얘기하게. 다 들리니까.
T : 누구죠?
C : 난 크리에이터야. 수백만명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는 이 프로그램의.
T : 그럼 난 누구죠.
C : 자넨 스타야.
T : 전부 가짜였군요.
C : 자넨 진짜야.
C : 자넬 만나게 돼 기쁘구먼. 내 얘길 들어봐.
이세상에는 진실이 없지만 내가 만든 그곳은 다르지.
이 세상은 거짓말과 속임수 뿐이지만
내가 만든 세상에선 두려워할 게 없어
C : 난 누구보다 자넬 잘 알아. 네가 네 자신을 아는 것 보다 더.
T : 다시는 내 머리에 카메라 들이밀수 없어!
C : 두렵지? 그래서 떠날수 없지. 괜찮네, 다 이해해
난 자네 인생을 다 지켜봤어 자네가 태어나는 것도.
첫 걸음마 떼는 것도. 입학하는 것도 봤지.
처음 거짓말하는 것 까지.
C : 자넨 떠나지 못해.
자넨 여기 속해 있어.내 세상에.
말해봐. 뭐든지. 말하라니까. 지금 생방송중이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구.
T : 못 볼지 모르니까 미리 말해두죠.
굿 에프터눈, 굿 이브닝 앤 굿나잇 !

*영화 '트루먼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