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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 Mash up

잡채를 먹다.

by Azzurro 2013. 1. 9.


나는 잡채를
아주 좋아한다.

오랜만에
잡채를 손수 만들어
먹어보니
섞음과 비빔의
그 맛이 보다 더
오묘하게 느껴진다.

*비빔박



雜菜잡채
갖은 나물과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 양념에 무쳐 볶은 음식(飮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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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남준씨의 미망인 구보타 시게코씨의 인터뷰 중에서>
미망인인 구보타 시게코씨는 "남편은 비빔밥을 좋아했다. 모든 것을 섞는 한국의 비빔밥이 자신의 예술품과 비슷하다고 말하곤 했다"며
"남준, 생일 축하해요. 오늘 밤엔 당신이 좋아하는 비빔밥을 먹는다"며 회상했다.





< 이어령 선생님 인터뷰 기사 중에서 >
"한식에서 비빔밥을 자꾸 얘기하는 것은 우리 문화의 진수이기 때문에 그렇다"며 "옛날 입춘이 되면 오훈채라고 해서 향내가 아주 짙은 오훈채를 임금이 내렸다. 신하들에게, 백성들에게 색깔은 달라도 하나로 뭉치라는 그런 뜻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서로 다른 오색 색깔을 써서 혼합시켜 혼합의 사상, 나와 다른 이질적인 것을 조화시킨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식에서 왜 자꾸 비빔밥을 이야기하냐 하면 전통적으로 그 오방색이 혼합의 사상, 나와 다른 이질적인 것들을 조화시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짠 반찬과 싱거운 밥이 입 속에 들어가 간이 다른 음식들이 하나로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한국 음식은 완성됩니다.
서양 음식은 하나 하나 독립돼 있어 접시 하나 먹고 또 다음 접시를 비우는 식이라면 우리는 비빔밥처럼 육해공에서 나는 서로 다른 맛을 다 같이 조화시켜서 먹죠. 이렇게 전부 비벼서
먹는 것과 따로 먹는 것은 음악으로 치면 교향곡과 독주곡의 차이와 같습니다. 이런 음식 문화는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도 없습니다. 한국 고유의 문화로 우리의 정신이 음식에까지 미친 경우입니다.



우리는 왜 비비고 섞고 쌈으로 싸고 국물에 말아먹기를 좋아할까?
외국인들이 우리 비빔밥에 대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비빔밥이 맛은 좋은데, 마구 비벼먹는 것은 고상하지 못한 것 같다.” “재미있긴 한데 점잖은 자리에선 어울리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한국 음식은 건강한 음식’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채소 위주의 식단과 발효식품이 유난히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음식은 ‘건강한 음식’ 이상이다. 음식의 영적인 부분, 즉 음식으로 신과 소통하고 다른 사람과 결속을 다지며 우주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철학이 강하게 담긴 음식이 우리의 음식이다.
이런 음식의 철학을 모르면, 한국 사람들이 왜 모든 재료를 다 비비고 섞고 쌈으로 싸고 국물에 말기를 좋아하는지, 그 속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음식을 그저 맛으로만 느끼고 즐길 수도 있지만, 그 음식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알고 먹는다면 한 차원 높은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회통의 정신인가
회통會通이란, 주류가 비주류를 종속시켜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세력이든 큰 세력이든 서로 소통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회통은 둥글게 걸림 없이 통하는 것이다. 비빔밥이 여러 재료를 단순히 섞어놓은 맛이 아니라, 고초장이나 간장을 대개로 해 새로운 맛으로 재탄생하는 원리와 같다. 그러므로 비빔밥의 철학은 각 재료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각각의 맛을 뛰어넘는, 섞여 하나가 되는 데서 오는 새로운 맛의 창조에 있다.
(동아일보사 한식문화연구팀)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음식

비빔밥은 한국의 대표음식이다. 생각해 보면 무슨 이런 음식이 다 있나. 멀쩡하게 밥과 반찬을 놓고 다 비빈다. 그런데 비비면 상상하지 못한 맛이 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개발한 건 아닐 것이다. 남은 음식 처리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지.(웃음)

비빔밥 얘기까지 굳이 할 필요도 없다. 우리 식탁을 생각해 보라. 밥 한 술 넣고 반찬 한 개만 먹나? 한술에 서너가지 반찬을 이것저것 먹는다. 서양인들은 자신들이 먹어야 하는 것을 접시 하나 하나에 따로 담는다. 이렇게 우리의 문화는 섞는 문화다. 정부가 맘대로 섞을 수 있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만큼 융합연구를 잘할 민족도 없다.

(최재천 선생님의 강의 중에서)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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