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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프리텐더 1화

by Azzurro 2023. 5. 24.

B와 D 사이의 C


프리텐더 1화   


◆최고조

“동생분의 신장 기능이 10프로도 안남았습니다.”

동생의 검사결과를 들으러 온 최고조는 의사로부터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었다.

“네에?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선생님...”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인공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예에? 이식수술을요?”

“예전엔 주로 뇌사자의 기증이나 가족 중 맞는 신장을 이식했는데 지금은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시스템 
인공 신장을 사용합니다.”

상담이 끝난 뒤 최고조는 넋이 나간 듯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걷다가 근처 벤치에 털썩하고 앉았다.

‘에이, 병신같이! 신전 개발에 돈 넣으면 무조건
떼돈 벌 수 있다는 말을 믿은 내가 바보다 바보야!’

진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은 무엇보다 미진이가 나아서 일상생활로 돌아오는 것이 급선무였다.

미진이는 3개월 전쯤 늦은 밤에 집으로 오는 길에 
괴한의 습격을 받고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었다. 
다행히 며칠 후에 의식은 돌아왔지만 몸상태가 계속 
나빠졌다. 

‘미진아, 제발 조금만 더 버텨 줘!’

섬멸대 연맹 공채와 사설 용병 토벌대 구인광고를 
급히 살펴보았다. 


[월성 2성급 신전 대규모 모집. 초보도 지원 가능]


[후포 2성급 신전 토벌대 상시 모집
, 숙식 제공, 오버 수당 업계 최고]


[양양 2성급 신전 토벌 대장 모집.
길드 소속원 동반 참가 가능]


[고리 3성급 신전 토벌대 대원 모집,
지인 동반 특전, 장비 대여 가능]


[울진 3성급 신전 토벌대장 모집. 
섬멸대 MTP 공인 검수자 우대]


[영광 3성급 신전 토벌대 상시 모집.
먹튀, 선점, 선별 입장 없으니 많은 지원 바람]


“어떻게 된 게 전부 사설 토벌대만 있냐! 
이번 시즌엔 연맹 공채는 안 하나?”

내가 들어가고 싶은 곳은 섬멸대 연맹이었다.

좀 더 안정적으로 돈을 벌려면 이곳에 들어가는
것이 나로서는 가장 유리한 선택이었다.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거제도 3성급 수중 신전 오픈.
천공수 긴급모집. 일당 3배 보장. 
내일 새벽 5시까지 도장포 선착장에 집결]

“오잉? 일당이 세 배라고? 엄청 빡센 곳 아냐?”

하지만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바로 지원서를 보냈고 빛의 속도로 답장이 
돌아왔다.

<축하드립니다. 토벌대 채용에 합격하셨습니다. 
첨부한 안내문 참고하시고 출발 시각 엄수하시기 
바랍니다.>


◆거제도

“여보세요... 최고조 씨 맞으신가요?”

“네에 그렇습니다만...누구신지...”

“지원팀 소속의 켈리라고 합니다. 
변경 사항때문에 긴급히 연락드렸습니다. 
앞서 안내한 신전이 밤사이에 갑자기 여차 해변으로 
쉬프트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렇습니까? 어허... 그럼 저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아, 네. 지금 승합차가 계신 그곳으로 출발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 네. 알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신전 전체가 통째로 옮겨진 건 처음이었다.

잠시후에 승합차가 도착했다.

“최고조 씨 맞으시죠?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좌석에 앉자마자 졸음이 몰려왔다.

“아아... 너무 졸린다...”

순식간에 눈꺼풀이 스르르 감겼다.

≪아브락사스!≫

(이잉?)

≪아브락사스!≫ 

(뭐야? 어디서 나오는 소리지?)

≪아브락사스! 선택의 이유를 증명해라!≫

(갑자기 뭔 개소리여?)

≪선택의 이유를 증명해라. 아브락사스!≫

(당신이 뭔데? 갑자기 나타나서 선택 어쩌고 저쩌고 
씨부리냐고! 곤히 잘자는 사람을 깨우고 말야! 어이가 없네! )

≪아브락사스... 너는 이미 선택했다...
선택의 이유를 증명해야만 한다...≫

(이쒸! 자꾸 똑같은 말 씨부리...)

“최고조 씨, 최고조 씨!”

“에에?”

“최고조 씨, 최고조 씨. 여차 신전에 도착했습니다.

일어나세요!”

“에에?... 뭐가요?  도착했다고요?...”

너무나 생생한 꿈을 꿨다.

(뭐지? 요즘엔 이런 실감나는 꿈을 꾼 적이 없는데... 
미진이 걱정 때문에 그런가...
아니... 갑자기 뭔 개소리여... 뭘 자꾸 증명하라는 거야... 
살다 살다 별 희한한 꿈을 다 꾸네...)



◆여차 신전


“최고조 씨 맞으시죠?
혹시 개인용 천공기 갖고 오셨나요?”

“아니요”

사실 천공수가 자신에게 최적화된 개인용 
천공기와 천공용 악력 장갑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만 형편이 최악이었을 때 
동생 진료비를 대느라 어쩔 수 없이 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모든 천공기에 끼워 
사용할 수 있는 호환용 부속품은 가방에 
넣어왔다. 

“네, 그러면 장비 대여소에 가셔서 신분증 
맡기시고 천공기와 장갑 받아 가십시오.”

해당 신전에 대한 토벌권을 부여받은 사설 용병단은 
지원팀을 현장에 파견해서 섬멸대 대원과 천공수들의 출석과 작전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사항이 있는지 
전반적인 상황을 체크한다.

장비를 신청하고 직원에게 다시 갔다.

“저 있잖아요...신전 쉬프트가 발생했다던데
처음에 어디에서 쉬프트된 건 가요?”

“아... 그게... 맨처음엔 해금강 십자동굴에
차원의 문턱이 열렸었는데... 
어제 갑자기 차원의 문턱과 신전 전체가 
여차 몽돌 해변쪽으로 쉬프트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동안 신전 토벌에 많이 
참여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난생 처음이네요...”

“네에...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 봐요...”

이곳에는 해변 뒤편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작은 산봉우리들이 있다.

그 산중턱 한면이 잘려나가면서 고속도로 터널처럼 
큰 동굴이 새로이 생겼다.

이 동굴이 해저 침매터널처럼 바닷속으로 쭉 이어져 있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앞으로 신전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길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고조씨, 천공기와 장갑 나왔습니다.”

장비 대여소에서 나를 불렀다.

(웬일이야... <볼더 브레이커>를 다 주네...)

천공기 중에서도 두께 1미터의 금강석을 두 시간 내에 깰 수 있는 T2 천공기를 대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볼더브레이커>는 그중에서도 최상급이다.

“이게 누구야?! 최고조! 살아 있었구나!”

“어? 형! 잘 지내셨죠?”

“최고조! 너 도대체 어디서 뭐하며 지낸 거야?
휴대폰으로 전화하면 사정에 의해 일시적으로 이용이 정지됐다고 나오고 말야...  달리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걱정만 하다가 어느새 몇 달이 지났네”

“그게... 형... 저번에 변산 신전에서 토벌하다가 
어깨를 다치는 바람에 일도 못 하고 다 나을 
때까지 계속 쉬었습니다. 
수입이 끊기니까 있던 돈 다 쓰고... 그러다가 휴대폰 통신비도 못 내고 결국 이용정지 먹는 바람에 한동안 아는 사람들과 연락이 다 끊겨 버렸어요...  
죄송합니다.”
 
“그래... 나름 고생이 많았네... 
힘들면 힘들다고 진즉에 연락을 했어야지...  
너답지 않게 그게 뭐냐... 
사람이 뭔 연락이 돼야 도와주든지 말든지 하지... 
너 사는 곳도 모르는데... 이쪽 사람들 사이에서 
별의별 얘기가 다 돌더라니까... 
누구는 네가 실족사했다고 하고...  
또 누구는 네가 신전에서 스캐빈저한테 붙잡혀서 
잔인하게 당했다는 소문도 돌았고... 
아무튼 별의별 찌라시가 다 돌더라니까...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아휴...  
암튼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임마!”

양동근 형이 나를 그렇게 짠하게 쳐다보는 건 
처음이었다. 

나는 보육원에 퇴소하자마자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케이시 파이팅 메소드를 배우러 다녔는데 
그때 체육관에서 동근이 형을 처음 만났다. 

형은 천공수 일을 하기 전에 신전이 발생할 때마다 
토벌대 용병으로 작전에 참가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세대교체가 일어났다. 
<택틱>이라고 하는 신개념 용병들이 등장해 이제는 
대세를 이루어 활약하고 있다.

그렇게 주류에서 밀려나 천공수를 하게 되었다. 

동근이 형이 사진을 건네 주었다.

“아이구! 형, 드디어 2세를 보셨네요 하하하!

축하드립니다. 딸입니까? 아들입니까?”

“눈매와 코가 아내를 꼭 빼닮은 공주야 공주!”

“아이고 부러워라! 이제 몇 개월이죠?”

“이제 6개월이 조금 지났어...
모유 먹고 얼마나 살이 올랐는지 엄청 포동포동해...

동근이 형은 사실 방어형 용병으로 활동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광폭한 스캐빈저들에게 급습을 당해
피신하다가 해안절벽에서 추락하는 바람에 중상을 
당했다. 

회복하는데 굉장히 긴 시간이 걸렸고 예전처럼 몸이 
돌아갈 수도 없고 해서 퇴원한 후에는 천공수로 특기를
바꿔서 신전 토벌에 쭉 참가해 왔다.

“한동안 안 보이길래... 네가 연맹 영남 지부 
인턴에 합격한 줄 알았어... 저번에 네가 그게 
소원이라고 했잖아!”

“맞아요... 몇 번 지원하긴 했는데... 
다 떨어졌어요.”

“그래... 시절이 시절인지라... 요샌 어디든 
들어가기가 너무 어려워...”

“재능있는 섬멸대 대원들은 전부다 몸값 많이 
받고 사설 용병단에 스카웃되고 점점 연맹의 
힘은 빠지고...”

“너도 케이시를 좀더 연마해서 용병단에 
들어가는 건 어때?”

양동근 형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도 고달프기는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사설 용병단에 있다가 나이가 들면서 
다친 부위에 자꾸 통증이 재발하면서 
작업 능률이 떨어지면서 젊은 후배들에게 
일감을 점점 뺏기게 되면서 결국 자진해서 
그만두고 말았다.

“형, 그나저나 요즘엔 열린 신전마다 트립토마이트 
매장량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면서요....”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불리는 신비한 광석 
<트립토마이트>는 우리나라에 뉴골디락스 시대를 
열어 주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새로 생겨나는 신전의 
스캐빈저들의 파워가 점점 막강해지면서 많은 수의 
섬멸대 대원들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

그렇게 되자 스캐빈저가 모두 제거된 신전이나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신전으로만 몰려들었고 
<트립토마이트>의 채광량은 그만큼 많이 줄어들었다.

토벌대로 참여한 용병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 이제 들어가는가 보다.”

나는 대원들이 모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아~ 모두 주목!”

송곳 용병단 소속이며 이번 토벌대 캡틴을 맡은 
강대호가 묵직한 목소리로 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삼삼오오 모여있던 대원들이 대장 앞으로 일제히 모였다.  대장이 대원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방금 전에 조사단의 탐사 보고가 들어왔는데 내부는 
천연동굴과 비슷한 지형이라고 한다. 
그런데 안쪽 바닥 군데군데 미끌거리는 뭔가가 있다고 하니 
지금 바로 논슬립 솔패드를 부착하도록!”

대원들은 신속하게 미끄럼방지 솔패드를 부착했다.

”자, 선발대 출발!”

“최고조, 저 사람이 송곳 용병단에서 두 번째로 레벨이 높다더라...”

동근이 형이 천공기 가방을 어깨에 메면서 작은 소리로 내게 알려 주었다. 

“MTP가 꽤 높겠네요...”

“보통 토벌대장급들은 1백을 넘는 경우를 못 봤는데 
저 사람은 공인 5백이야...”

“예에? 5백이요? 공인 MTP 맞아요?”

“당연하지... 아무튼 이번 신전은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것 같아... 
상당히 센 토벌대장이 맡은 걸 보면...”

“형 말을 듣고보니 진짜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광폭한 스캐빈저놈들이 들이닥치면 어쩌죠?”

“걱정하지 마! 강대호 대장이 있잖아! 
아무리 광폭한 놈들이 출몰해도 강 대장이 
플라즈마 블레이저로 작살내 버릴 거니까!?”

천공수들은 보통 사람들보다는 민첩하고 근력이 좋긴 
하지만 MTP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주 드물게 MTP가 측정된 자가 있었다고 들었지만 50을 넘은 적이 없다.

‘5백이라고?...도대체 어느 정도란 말이야?...’

수치가 도저히 감이 오질 않았다.

만약 이번 토벌에서 광폭한 스캐빈저가 들이닥친다면 
강대장이 가진 MTP의 수준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냥 대장만 믿자...)

“최고조! 이제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저 선발대를 놓치면 언제 우리 목이 달아날지 몰라! 
절대 놓치지 말고 잘 따라 가야 한다고! 알겠지?”

동근이 형이 주의를 환기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천공수는 선발대와 트립토마이트 광상에 도착했을 때 
폭주해서 맹렬히 공격해오는 스캐빈저들을 선발대가 
완전히 제거하고 나면 그때부터 채광을 시작한다.

“여기서부터는 세 갈래 길이니까 세 팀으로 나눈다”

강대장의 말이 떨어지자 섬멸대 대원들은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일사분란하게 세 팀으로 갈라졌다. 

“자, 1조, 2조는 좌, 우 통로로 들어가고 
3조는 나와 함께 가운데 통로로 들어간다. 
1조, 2조 조장들은 긴급 상황 발생 시 단 1초도 
주저하지 말고 즉시 나에게 통보해.”

“넵! 알겠습니다!”

“자,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오늘도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알겠나!”

대원들은 일제히 엄지와 검지로 링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이곳에서는 소리를 내면 적에게 곧바로 노출되기 
때문에  모두 폐쇄형 송수신 장치를 헬멧에 장착하고 있다.

각 통로별로 50미터 좌표까지만 들어갔다가 분광기로  트립토마이트와 스캐빈저들의 흔적을 파악하고 
즉시 여기로 다시 돌아온다. 알겠나!”

섬멸대 대원들은 이번에도 일제히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어 보였다.

“내 생각엔 대장이 아마도 저 중에서 한 곳만 선택해서 집중 공략할 것 같아. 
왜냐하면 천공수가 너하고 나 밖에 없으니까 
트립토마이트를 최대한 캐내려면 어쩔 수 없어...”

“그렇네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겠네요...”

대장이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양동근씨, 같이 들어가면 좋겠지만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고 있게!”

“네에? 여 여… 여기서요?”

동근이 형의 눈이 확 커졌다.
 
“여기에서 조금만 기다리면 안쪽에서 정리되는대로 
드론을 날려 보낼 테니까, 그 때 들어오면 돼. 
사실은 연맹에서 특별히 자네들을 챙기라고 해서 말이야.”
 
“연맹에서요? 이번 토벌은 연맹이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치만... 연맹이 신전 토벌 승인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가뜩이니 귀하신 천공수들에게 
전하는 덕담 정도로 생각하면 돼. 
천공수들은 우리한테는 마무리 투수같은 존재거든."

"아....네... 알겠습니다..."

"우리가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신전에 굳이 
들어가는 이유가 결국 합당한 보상을 받기 위함인데... 
마무리 투수가 트립토마이트를 많이 수확해야 우리 같은  용병들도 보상을 든든하게 받을 수 있고 연맹도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지 않겠어?”
 
“하하...  마무리야 당연히 저희가 할 몫인데요...”
 
“암튼 스캐빈저들은 우리가 한놈도 남김없이 처리할 테니까.  
비교적 안전한 이곳에서 대기하도록 해.
만에 하나 여기도 위험해지면 즉시 천공기를 
자폭모드로 바꾼 다음 그대로 두고 신속히 탈출해”
 
“대장, 걱정해주는 마음은 알지만...”
 
(이상하네... 오늘은 왜 매뉴얼대로 하지 않는 거지?)

보통 때 같으면 토벌할 포인트까지 함께 이동하다가 
도중에 트립토마이트 광상이 발견되면 즉시 채광 작업을  하는 게 기본 매뉴얼이었다. 
채광 작업을 하는 동안에 대원들은 감시체제에 돌입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저어기...”
 
내가 막 입을 떼려고 하는 순간 동근이 형이 
얼굴을 찡그리면서 고개를 살짝 저었다.
정식 매뉴얼에는 어긋나는 상황이지만 이번엔 그냥 
참기로 했다.
 
대원들이 세 갈래로 나눠 들어가기 위해 있는 
이곳에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동굴 호수가 있었다.
 
“형, 이 물 먹어도 되는 건가요?”
 
“먹어도 돼... 지하수가 모여서 물통처럼 만들어진 
작은 호수니까...”
 
호숫가에서 물을 마시기 위해 무릎을 굽히고 상체를
낮추려는데 그때 갑자기 등이 오싹해졌다. 
 
“어? 형! 갑자기 어디서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는 것
같은데요?”
 
“그렇네... 갑자기 으스스하네...”
 
“어어어! 저 저 저기 보세요! 저 저놈들!
 
재네들 스 스캐빈저 맞죠?”
 
대각선 반대편 천장 쪽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구멍으로 놈들이 어느새 제법 많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신전 천장 쪽에 저런 구멍이 뚫린 건 처음 봐요.”
 
“고조야, 걱정이 현실이 된 것 같다...
스캐빈저 새끼들이 오늘 날을 잡은 것 같아. 
놈들의 표정은 잘 안보이지만 느낌이 딱 그래...”
 
“지금 우리가 섬멸대와 거리가 약간 있는 걸 용케 알아채고 이러는 것 같아요.”
 
“엉? 고조야! 재 재네들 전에 봤던 놈들이랑 
뭔가 좀 다르게 생긴 것 같은데?”

“근데 형 갑자기 숨쉬는 게 좀 답답한데요...”

“고조야!! 조심해 뭐가 날라온다!!”

최고조의 좌측 어깨에 뭔가가 쌩하고 날라와서 그대로 꽂혔다.


<으아아악!!>